여유를 가지고 우리의 일상의 삶을 살펴보면 진정 아름답게 살다가 떠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혹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또 책 속에서, 또는 모임에서 등등. 이런 아름다운 삶을 살다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에게 고개가 숙여지고 엷은 미소가 입가에 피어오릅니다. 아! 어떻게 하면 나도 저렇게 아름답게 삶을 마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오늘은 아름답게 삶을 살다간 한 사람의 이야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2004년 9월에 76세를 일기로 이 세상을 떠난 한 할머니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젊은 시절에는 대학 교수였고, 대학교수인 남편과 자녀들도 거느린 다복한 가정의 가정주부이기도 했습니다. 2002년 자궁암 진단을 받고 그 후 폐와 뇌로 전이되어 2년간 투병생활을 하다가 일생을 마쳤습니다.
그녀는 2002년 자궁암 진단을 받자, 그때부터 출소자 지원단체인 <흰돌회> 소식지에 “실존적인 삶의 의미”와 관련한 시를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흰돌회>를 적극적으로 돕기 시작했습니다. 출소자는 말 그대로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서 복역하고 나온 사람으로서 사회적으로 버림받은 사람들을 말합니다. <흰돌회>에서 2004년 3월 <출소자의 집>을 완공하는데 그녀의 공로가 가장 컸다고 합니다.
암 환자의 말기는 고통의 연속 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이 때 필요한 약이 바로 진통제입니다. 병원에서 진통제 주사를 맞고 누워있는 그녀에게 어느 날 그녀의 남편이 말했습니다.
“여보, 사랑해요.”
그 이야기를 듣고 그녀는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띤 채 사르르 눈을 감았고 다시는 눈을 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남편은 눈을 뜨지 않는 그녀를 가슴에 안은 채 그 밤을 지샜습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비로소 병실에 들어 온 간호사에게 사망 소식을 알렸다고 전해집니다. 시신은 병원에 기증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남편은 다음 해인 2005년 <영혼의 노래>라는 시집을 발간하였습니다. 여기서 그녀가 쓴 시 한 편을 소개하겠습니다. 이 시는 2004년 9월, 마지막 눈을 감기 며칠 전에 쓴 것으로 보입니다.
내가 본 환상
오늘 새벽에
나는 한 환상을 보았습니다.
내 앞에 한 사람이 서 있었는데
그는 온화하고 편안한
사랑의 얼굴을 가진 분이었습니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은
하나의 넓은 들판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와 나 사이에는
하나의 줄이 있었습니다.
그가 있는 곳은 밝았고
내가 있는 곳은 어두웠습니다.
우리가 밝고 평안한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 줄을 넘어서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어느덧 내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내 옆에 서 있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그와 나는 거의 하나였습니다.
내가 그의 밝은 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한 발짝만 옮기면 되었습니다.
나는 이미 한발을 들어
그에게로 가고 있었습니다.
<영혼의 노래>. 한들출판사 p137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