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놓쳐버린 것들을 위하여

오늘부터는 사형수들과 30년 동안 나누었던 사랑의 기록인 <하루가 소중했던 사람들>의 저자 김혜원 님의 이야기를 3회에 걸쳐 하기로 합니다.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독서 모임’에서는 어느 날, 김혜원 님의 저서 <하루가 소중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저자로부터 이야기를 듣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만난 그 날, 첫마디에서 그녀는 “가느다란 희망의 줄이 되고자 나섰는데 오히려 그들이 나에게 희망의 동아줄이 되어 주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한 달에 꼬박 네 번씩 30년 동안 만난 20여 사형수들과의 교감. 처음엔 나누어 준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오히려 필자의 사라져 가는 생명의 불씨를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 만남으로 저자는 좁은 삶의 반경을 넓혀 이웃을 발견할 수 있었고, 점점 자아가 확장되고 내면의 힘이 강해지는 치료를 체험하게 된 것입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생존에 대한 집착이 있습니다. 사형수들이라고 예외이겠습니까. 사형수. 우리는 이 말만 들어도 끔찍하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 사형수들에게는 더 집요하게 생존에 대한 집착이 있습니다. 하늘나라 간다는 것을 믿고 평온해 하다가도 더 살고 싶어 발버둥을 치는 사형수들의 이중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그것은 단순히 죽고 싶지 않다는 생존에 대한 집착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지난 과거를 참회하고 새롭게 눈뜬 세상이,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소중하고 가치있는 세상임을 알았기에 다시 한번 살아보고 싶은 열망 때문입니다. 난생 처음으로 사람다운 삶을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강한 의욕을 저자는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풀어 놓은 사랑은 돌고 돌아 다시 내게로 되돌아온다고 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지구라는 별이 더 큰 질병으로 고통받기 전에 내 것을 조금씩 줄여, 나눠주는 일에 착수해 보면 어떨까요.

오늘은 먼저 사형수 가운데 한사람인 강순철의 시를 소개합니다.

집

가고 싶네 가고 싶네

나의 집으로

부모님과 집을 두고

나 여기 왜 왔나.

가고 싶네 가고 싶네

포근한 나의 집으로

형, 누나, 동생있는 집으로

언제 가려나.....

먼저 이 시를 소개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들이 정작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즈음에는 이미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바깥세상에서 그를 마수처럼 날뛰게 했던 갖가지 욕망과 집착을 놓아버린 새로운 상태, 가장 때묻지 않은 선한 모습으로 그들은 돌아가 있는 것입니다.

과거의 사람은 온데간데없고, 사랑의 에너지로 가득 찬 순결한 영혼만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죽음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날 밤 별똥별이 떨어지데요. 교무과 뒤 십자가 동상 위쪽으로요. 그 별을 보면서 저는 소원을 빌었어요. ‘오늘 살았으니 내일도 살고싶다’고.”

그러나 강순철이 그렇게 소원하던 ‘내일’은 별똥별 사라지듯 영원히 어둠속으로 묻혔습니다. 스물아홉이라는 젊은 나이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