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살았으니 내일도 살고 싶다”
사형수들과 30년 동안 나누었던 사랑의 기록인 <하루가 소중했던 사람들>의 저자 김혜원님의 이야기 중에서 오늘은 강순철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소개합니다.
강순철은 1991년 4월 방화살인죄로 사형확정 선고를 받고 1997년 12월 30일 사형이 집행된 사형수입니다. 그의 신체는 마치 씨름선수 같았고 손재주도 있었으나 중학교 중퇴의 실력으로 공부라면 넌더리를 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글도 제대로 읽지 못하던 그가 사형확정 후에 한글을 공부하여 자신의 고통을 훌륭한 일기와 시 작품으로 승화하며 인생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오줌 똥을 싸 버렸어요.”
그는 사형집행에 대한 혹독한 공포를 다음과 같은 경험기록으로 남겼습니다.
「나는 평소와 똑같이 기상 소리에 일어나 방 사람들과 아침 예배를 드리고 난 후 방 한쪽에 앉아 종이학을 만들려고 했어요. (그는 도망간 애인에게 주려고 천 마리를 목표로 종이학을 접고 있었다). 그때 소지(단기 기결수인 청소부)가 와서 “오늘 집행이 있대” 그러대요. 나는 무슨 소린지 잘 몰라 “무슨 집행인데요?” 하고 물었지요. 그러자 소지는 “사형수에게 사형을 집행한대”라고 하대요. 그 소리를 듣고 하도 놀라 나는 입고 있는 옷에다 오줌과 똥을 싸 버렸어요. 멍하니 서 있는 나에게 옆에서 ‘옷 갈아입으라’는 소리가 나대요. 정신을 차려 보니 바지가 홀딱 젖어 있었어요. 옷을 갈아입고 창문에 올라가 내가 좋아하는 경수 형, 도형 형, 태화(이들은 그날 사형이 집행된 사람들이었다)를 불러 봤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어요. 대답이 없길래 나는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고 간절히 기도드렸어요. 기도를 드리고 한참 울었어요. 무섭고 두려워서 눈물밖에 안나왔어요. 그러고 있는 나한테 김형진 담당님이 오셔서 마음 크게 먹고 살아야 한다고, 도형 형ㆍ경수 형ㆍ태화는 찬송가 ‘하늘 가는 밝은 길이 내 앞에 있으니...’를 힘차게 부르면서 하늘나라로 갔다고 했어요. 나는 그날부터 5일 동안 밥을 먹지 못했어요.」
그는 또 94년 1월, 재심청구 기각통지서를 받았을 때 그를 면회오는 김혜원님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늦게라도 글씨를 알게 하여주시고 주님을 영접하게 해주셔서 그 은혜와 사랑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사람답게 살아보지도 못하고 가는 인생이 불쌍하기만 합니다. 다시 태어날 수만 있다면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 영원한 손발이 되며 살고 싶습니다.....」
사형수의 삶을 진솔하게 볼 수 있는 그의 시 중에 한편을 소개합니다.
「어머니(1)
문득 새벽녘에 눈을 떠 사방을 둘러 볼 때 슬픕니다.
아침에 일어나 머리를 감을 때 면도를 해도 슬픕니다.
머리 빗을 때나 속옷을 갈아입을 때도 슬픕니다.
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을 수 없어 슬픕니다.
웃을 때와 찡그릴 때도 슬픕니다.
어머니께 이런 나의 모습을 보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밀린 빨래를 볼 때 어머니 정성이 더욱 그립고
배식을 받아 앞에 두고 어머니의 음식솜씨를 그리워합니다.
철창 안에서 겨우 철들어 가족의 소중함도 알았습니다.」
지난 주에 소개한 그의 말, 다시 한번 소개합니다.
“그날 밤 별똥별이 떨어지대요. 그 별을 보면서 저는 소원을 빌었어요. 오늘 살았으니 내일도 살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