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통계청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100명 가운데 13명이 외국인과 결혼했다. 특히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남성의 국제결혼 비율은 35.9%로 3건 중 1건을 차지해 농어촌의 새로운 가족유형으로 정착되고 있다. 당진관내의 결혼이민자 가정 등록현황을 보면 총 194가정에 이른다. 등록되지 않은 가정의 수를 포함 한다면 그 수는 더 될 것으로 많은 이들이 판단하고 있다. 또한 이들의 2세대들은 우리가 감싸안아야 할 아이들이다. 당진읍 시곡리에 사는 결혼이민자 2세 용권이네를 찾아가 봤다.
용권이네 가족이야기
이제 생후 16개월이 지난 용권이. 용권이는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그리고 삼촌과 함께 당진읍 시곡2리에 살고 있다. 집 앞에는 논도 있고 뒷산에는 포도밭도 있다. 용권이는 낮에는 엄마와 둘이 지낸다. 집 앞마당에 나가 강아지도 보고 소도 보는데 16개월 된 용권이에게는 세상의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할아버지(김태희, 60)는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하시다. 때문에 농사와 집안일 대부분을 할머니(박병구.60)가 꾸려왔다. 할아버지는 낮에 소일삼아 마을 경로당에 나가곤 하신다. 경로당에 가지 않을 때는 용권이랑 놀아주신다. 용권이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맏 손주인 용권이의 재롱을 보고 있노라면 하루가 짧다.
얼마 전부터 할머니는 신평에 있는 농공단지에 일을 나가기 시작했다. 일을 끝내고 집에 오면 밤 9시가 훌쩍 넘어버린다. 용권이는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오시는 할머니에게 다가가 안긴다. 용권이의 아빠(김운식, 38)는 할머니 보다 조금 일찍 들어 온다. 자동차 원단을 제조하는 제일화섬에 11년이 넘도록 다닌 아빠는 회사에서 출하 업무를 맞고 있다.
아빠는 집에 오면 용권이와 놀고 싶지만 용권이는 엄마만 찾는다. 그게 영 서운하기만 하다. 용권이의 엄마는 항상 웃는 얼굴이다. 밝은 얼굴과 이를 보이며 웃는 미소가 예쁘다. 하지만 엄마는 다른 사람들과 피부색이 좀 다르다. 우리말도 서툴러 다른 사람들은 잘 못알아듣지만 용권이는 엄마가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알고 있다.
사실 용권이 엄마는 태국출신이다. 태국 이름으로 원시앙 쁘라넘, 우리 이름은 김은서(31)다.
용권이의 엄마와 아빠
용권이의 엄마와 아빠가 결혼한 것은 따뜻한 봄기운이 가득했던 2004년 4월이다. 아빠가 늦은 나이가 되어도 결혼을 못하자 할아버지가 나섰다. 마을 사람들에게 들으니 어느 교회에 가면 신부감을 소개시켜 준다는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결국 그 교회에 찾아가 목사님을 만났다. 목사님과 상담하고 돌아온 지 3개월 후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빠는 엄마를 만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갔다.
할아버지는 엄마의 인상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싹싹하고 인사성도 밝고, 웃는 모습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琉??얼마 뒤 엄마와 아빠는 서울 리틀엔젤스라는 큰 회관에서 다른 300여쌍과 함께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결혼 후 바로 신혼살림을 차릴 수는 없었다. 엄마가 아빠와 합친 것은 그로부터 6개월이 흐른 후였다. 그리고 용권이가 태어났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웃는 일이 부쩍 늘어난 것은 모두 용권이 덕이다.
용권이의 외출
용권이는 일주일에 두 번 엄마와 외출을 한다. 엄마 손을 잡고 버스 정류장까지 한참을 내려 간 뒤 버스를 타고 당진시내로 간다. 처음에는 어지럽고 무서웠지만 이제는 익숙한 길이다. 엄마도 익숙하게 길을 찾아 당진문화원으로 간다. 결혼 이민자 센터. 엄마가 일주일에 두 번 가는 곳이 여기다. 엄마는 여기에서 한글 교육도 받고 우리말 교육도 받는다. 또 맛있는 요리도 배워 집에서 해주시곤 한다. 하지만 엄마는 여기에서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용권이도 신이 난다. 용권이 또래의 친구들이 많기 때문이다.
용권이의 할아버지 할머니
결혼이민자센터를 엄마에게 소개 한 것은 할아버지다. 할아버지는 엄마가 우리말을 잘할 수 있도록 서산시 시립도서관의 평생교육원에도 데리고 가셨었다.
그런데 당진에 결혼이민자 지원센터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엄마의 손을 잡고 직접 찾아 가셨다. 할아버지는 엄마에게 집에만 있지 말고 친구들도 만나고 이민자 센터에도 나가라고 하신다. 타국 생활이 많이 힘들 것이라며 따뜻하게 감싸 주신다.
용권이의 미래는 우리의 몫
당진관내 결혼이민자 가정은 194가구다. 등록되지 않은 경우를 포함 한다면 그 수는 더 된다, 용권이와 같은 제 2세대들의 수는 그 이상 이라는 이야기다.
관내 결혼이민자여성들을 출신국가별로 보면 베트남 84명, 중국 57명, 필리핀 20명, 일본14명, 조선족 9명 등이며 이외에도 태국, 타이,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여성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농어촌의 새로운 가족유형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미흡하다. 결혼이민자가족 지원센터가 운영되고는 있지만 한계점이 있다.
이들 이주여성들의 언어소통 문제는 가족 구성원들 간의 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상당수 여성 결혼이민자 자녀들은 부모의 낮은 경제·사회적 지위, 언어·문화·교육방식의 차이로 인해 가정과 학교에서 문제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특히 6세이하 미취학 자녀의 유치원이나 보육시설 이용률은 일반 가정 56.8%의 절반 수준인 27.3%에 불과하다. 이로 인한 2세들의 언어발달 지체나 문화부적응문제도 심각하다. 취학 후 학교수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거나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행동을 보여 당사자들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불안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용권이와 같은 아이들을 우리사회가 어떻게 포용하고 돌보아야 할 지 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기가 아닐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