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난주에 이어서 노년의 이야기를 정리합니다.
만년의 결실
중년까지는 이렇다할 중요한 일을 못하고 실패만 거듭해 오던 사람들이 결국 오랜 세월의 노고가 열매를 맺어 만년에 가서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인간은 노년을 맞을 무렵이 되면 자기 내면에 전혀 새로운 차원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두려움과 불안도 노경에 따라옵니다. 병에 걸려 죽지는 않을까. 벗들이 하나둘 곁을 떠나 버리고 혼자 남지는 않을까. 인간은 두려움이나 불안을 느끼면 멍청하게 방심하고 있을 수가 없어 자신의 적나라한 모습을 직시하게 됩니다. 자신은 보잘것없고 덧없는 존재라는 것. 자신의 참모습을 직시케 한다는 점에서 두려움과 불안은 건전한 체험이 되는 것입니다.
기쁨의 발견
젊은 날의 기쁨이나 낙(樂)은 나이를 먹음에 따라 매력이 없어지고 생각은 간절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원래 기뻐할 줄 아는 존재로 태어납니다. 노인이 되어 가면서 만년의 즐거움을 스스로 발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의미의 발견
노경에 이르러서 중요한 문제는 늙어서 너무 오래 살아 무의미한 것이 아닌가 하는 무서운 미혹(迷惑)입니다. 노인이 자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인간은 사는 보람이 없고 아무런 목적도 의미도 찾을 수 없을 때 자살을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노년의 특징은 참으로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점, 신앙이 얼마나 큰 선물인가를 깨닫는다는 점입니다. 건강이 안좋고 여러 가지 괴로운 일이 꼬리를 무는 만년이야말로 이제까지 몰랐던 영속적인 가치를 발견하고 참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시기입니다.
노년기가 되면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닥쳐오는 죽음을 어떤 마음으로 맞을 것인가하는 문제가 노인들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죽음준비를 어떻게 해야하나’에 관하여 모차르트가 31세 때 쓴 편지를 소개합니다. 그는 35세 때 죽었지만 죽기 4년전에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분명하게 말해서) 죽음은 확실히 인생의 최종 목적지이기 때문에 지난 수년간 나는 인간의 가장 훌륭한 벗이 죽음과 친근해지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친구-죽음-를 생각해도 별로 무섭지 않고 오히려 큰 위로와 마음의 평화를 느낍니다. 참된 행복의 열쇠인 죽음과 친밀해질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비록 젊은 나이지만 내일도 이 세상에 살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늘 잠자리에 들곤 합니다. 내 주변의 친구들 가운데 내가 우울하고 슬퍼 보인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내게 이런 기쁨이 주어진 것에 나는 매일 감사하며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 기쁨이 주어지기를 빌고 있습니다.(1787년 4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