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행담도 개발, 당진은 지금...
한국도로공사 외자유치
행담도 17만평 해양레저단지 개발
당진군, 특산물판매장 2백평 확보놓고 고심
“지역에 돌아오는게 뭔가”
주민들 반응 엇갈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18일 행담도(당진군 신평면 매산리)를 해양관광레저 시설물로 개발할 사업자로 싱가포르 ECON사와 현대건설 합작회사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오는 2004년 완료를 목표로 추진되는 행담도 해양관광레저시설은 기존섬 6만9천평과 섬주변 10만5천평을 매립, 총면적 17만4천평에 2천4백70억원(이중 외자는 1천6백50억원)을 투자해 휴게소와 각종 레저시설을 개발한다는 것.
도로공사는 이 사업을 2단계로 나누어 추진하며 1단계로 오는 12월부터 서해대교 개통예정일인 2천년 말까지 기존섬에 휴게소, 주차장, 도로문화관, 충남도 홍보관 등을 설치하고, 2단계는 2004년까지 매립지에 해양생태공원, 가족호텔, 범선카페, 모험놀이시설 등을 설치한다.
한국도로공사는 이 사업이 완료되면 싱가포르 센토사 섬, 일본의 요시마 섬에 견줄만한 국제적인 관광명소로 부각될 전망이며, 서해안고속도로 개통과 연계해 아산만 일대를 광역관광단지로 만들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행담도에 투자하기로 한 싱가포르 ECON사는 자본금 1억4천만달러, 연간 매출액 약 5억달러의 싱가포르 3대 건설회사로 그동안 싱가포르 센토사 섬, 베트남 하노이 레포츠클럽(투자비 2천달러), 인도네시아 바탐섬 골프장 및 리조트 개발(투자비 1억달러) 등이 있으며, 지난 98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협찬한 싱가포르 투자유치설명회에 참여함으로써 행담도 개발에 투자하게 됐다고 도로공사측은 밝혔다.
국제적인 해양관광지
화려한 이름 뒤에는...
당진의 섬 행담도가 본격적인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커 바닷물이 찰 때면 6만9천평이지만 물이 빠지면 3배에 가까운 16만평이 드러나 신비의 섬으로 불린 아산만 유일의 섬 행담도가 원시의 신비를 뒤로하고 머지않아 국제적인 해양관광단지라는 화려한 이름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된다.
총연장 7천3백10m. 세계에선 다섯번째, 동양에선 두번째로 길다는 서해대교가 행담도를 가로 지르며 관광자원으로 급부상한 행담도는 그러나 오래전부터 그 섬을 조용하고 한적한 휴식처로 이용해온 당진지역 주민들과는 ‘언제 우리가 친구였냐’는 듯 냉정한 모습으로 개발을 맞고 있다.
당진의 섬이었으되 지금 그 섬의 주인은 개발의 주체 한국도로공사가 되었고 당진군은 화려한 개발앞에 철저히 소외된 채 주변인으로 머물러 있는게 현재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18일 서해대교 건설현장이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제일농장(송악 복운리, 신평 금천리 일대에 펼쳐진 넓은 들). 한창 모내기에 정신없던 40대 중반의 젊은 농군들이 잠시 짬을 내 한자리에 모여 앉았다.
소주잔이 돌아가고 약간씩 취기가 올랐을 즈음, 고개만 들면 바라다 보이는 서해대교와 마치 다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듯한 행담도가 입담에 올랐다.
그러나 바로 이날 발표된 화려한 행담도 개발 청사진 앞에서도 그들은 기대에 찬 표정들이 아니었다. 이유인즉슨 한마디로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라는 것.
농민 김○○씨. “지역주민들 것은 하나도 없다. 섬도 전부 외지인 땅이었고, 당진군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개발이라는 얘길 들었다.”
옆에 있던 안○○씨는 “행담분교가 있던 도 교육청 소유의 땅이(도로공사에) 매각됐는데 그 매각대금마저 지역으로(본교인 한정초교)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품앗이를 나왔다는 인○○씨는 심지어 “행담도 개발이 지역에 무엇을 가져다 주느냐. 생태계 파괴와 쓰레기 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시 김씨의 말. “애당초 당진군이 나서서 개발해야 했다. 그래야 지역주민들에게 하나라도 차례가 가고 섬에 사는 사람들도 쫓겨날 걱정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그러나 안씨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당진군이 개발한다면 과연 민자를 유치할 수 있었겠느냐”는 것.
안씨는 “어차피 자치단체의 능력으로는 개발하기 어려운 규모다. 당진군이 경영수익사업으로 일정부분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군 개발위,‘행담도 개발면적 20% 할애’요구
얼마전 당진군 개발위원회는 행담도 개발과 관련, 한국도로공사에 긴급히 진정서를 띄웠다. 여기에는 도로공사가 행담도 개발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와 관할 자치단체에 개발면적의 20%를 할애해야 한다는 요구가 적혀 있었다.
개발위원회는 “한국도로공사가 서해대교가 지나는 행담도에 고속도로 휴게소를 설치한다는 명목으로 섬 전체를 도로부지로 고시한 뒤 섬주변까지 매립해 개발하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당진군의 참여는 일체 봉쇄시켜 왔다”며 “이는 지방자치시대의 시대적 모순이요, 지역주민들의 기득권마저 철저히 무시한 처사”라고 항변했다.
개발위는 또 “그동안 도로공사 독자개발의 부당성을 여러 경로를 통해 지적했고 지난해 자치단체가 참여해 개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건의를 했으나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없이 독자개발을 강행해왔다”며 “행담도는 삽교호 국민관광단지가 조성되면서 오래전부터 삽교호를 찾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즐겨 유람하던 당진군의 섬으로 자치시대에 부응하는 지역간 균형개발과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 제고를 위해 행담도 개발에 관할 지자체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개발위는 이를 바탕으로 삽교호에서 행담도를 왕복하는 유람선과 각종 선박이 자유롭게 드나들던 기존 선착장의 유지 또는 대체시설이 되어야 하며 원주민의 정착지를 단지내 조성해 바지락 채취 등 관광상품화 할 것, 섬 자체의 특수성을 살리면서 주변지역여건과 연계·개발시킬 수 있도록 총 개발면적의 20% 이상은 지자체에 할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행담도 개발 당진이 풀어야 할
두가지 숙제
이처럼 행담도 개발을 바라보는 지역주민들의 시각은 기대보다는 뭔가 썩 내키지 않는다는 반응들이다. 그러한 반응의 이면에는 개발의 열매는 엉뚱한 곳으로 넘어가고 지역에서는 개발의 역기능만 고스란히 떠안아 왔던 지금까지의 전례가 행담도 개발에도 그대로 답습될 것이라는 ‘성급한’ 우려가 깔려 있다.
그러하기에 지역주민들은 행담도 개발에 단 1%라도 당진군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미 ‘참여’가 아니고 ‘배려’를 요구해야 할 상황에 처해있지만 장엄한 서해대교 위를 지나는 차량을 쳐다보고만 있는 실정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
현재 당진군은 충남도가 도유지 6천평을 도로공사에 매각하고 2백평의 충남도 홍보관을 도로공사로부터 무상양여를 받는 것으로 협상을 추진하자 별도의 지역특산물 전시판매장과 선박 및 유람선 선착장 시설을 도로공사에 요구하고 있다.
물론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사업자 선정까지 마무리된 상태에서 시기적으로 늦었고 협상 당사자인 충남도는 주인이 도로공사이기 때문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으며 도로공사는 당진군을 협상대상으로 인정하지도 않고 있다.
행담도 개발이 지역에 미치는 효과를 손에 잡히는 것 만으로 따진다는 것은 자칫 옹졸한 계산일 수도 있다. 일일 평균 4만여대의 차량이 지나게 될 서대해교와 행담도가 지역에 가져다줄 간접적인 파급효과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그리고 뒤늦게 행담도 개발 참여문제에 몰두하는 것보다 행담도 개발과 연계된 간접적인 파급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지역내 잠재된 관광자원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보편적인 지역의 정서는 명백히 당진군에 있는 섬인데 어떻게 남의 잔치인양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17만평 개발에 2백평 확보문제로 전전긍긍해 하는 지금 이 상황까지 오도록 지역의 지도층, 정치권은 무엇을 했느냐는 지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유수면 10만5천평을 매립하게 될 행담도 개발은 지금 두가지 숙제를 우리지역에 던져주고 있다. 개발로 잃을 것과 얻을 것을 냉정하게 구분하는 일과 당당하게 당진의 섬 행담도의 기득권을 주장하는 일이 그것이다. 좀더 일찍 이 숙제를 풀었어야 한다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지만.
이명자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