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1일 대법원이 국내 처음으로 존엄사 인정판결을 내렸다. “품위있게 죽을 권리있다”라는 이 판결은 우리 사회에서 ‘존엄사란 무엇인가’라는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대법원이 밝힌 존엄사 허용 조건은 첫째 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있어야 하고 둘째 환자가 연명치료를 중단하겠다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이어서 대법원은 “생명과 직결되는 진료행위를 중단할 것인지 여부는 생명권 존중의 헌법이념과 사회상규에 비추어 극히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고 밝혔다.

비로소 우리 사회에서 ‘품위있는 죽음’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최근 대부분의 대학 병원에서는 말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원할 경우 심폐소생술, 인공 호흡기, 등 생명연장을 받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고 있다. 즉 ‘사전의료결정’제도가 법적 근거없이 2000년도부터 시행되고 있었다. 이런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이 이번 대법원 판결로 분명해진 것이다.

그런데 현재까지 병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이와같은 DNR(소생술 거부)에 동의하고 서명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점이 문제가 되어왔다. 환자 본인이 아닌 가족이라는 점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내 부모가, 내 형제자매가, 내 자녀가 의식불명 상태라고 해서, 죽어간다고 해서 선뜻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는데 동의할 수 있겠는가? 가족은 동의하기 보다는 최선을 다하고 싶을 것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법 이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전의료 결정(존엄사 선언)’은 가족과 의료진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환자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이 점이 대법원 판결의 핵심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이런 어려운 문제에 부딪치게 되는 경우 환자는 물론 가족 모두 어쩔 수 없이 의사의 지시 결정에 따를 수 밖에 없다.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날로 발전하는 의학 기술, 의료장비의 전문화는 이런 어려운 문제까지 낳게 되었다.

우리는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인간 생명의 소중함을. 자신의 존재가치를. 미리미리 배우고 알고 있으면 이런 어려운 문제에 부딪칠 때 슬기롭게 대처할 수가 있게 된다. 왜 우리에게 특히 노인들에게 죽음준비교육이 필요한가? 자연스럽게 분명해졌다. 그 필요성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2. 아름다운 죽음, 존엄한 죽음을 위한 사색의 기회를 제공한다.

3. 잘못된 죽음을 막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4. 남은 인생을 잘 살도록 하기 위한 ‘삶의 교육’이기 때문이다.

5. 구체적인 죽음 준비를 통해 생을 정리하고 또한 생과 화해할 수 있다.

6. 다른 사람의 슬픔을 제대로 이해하고 아픔을 감싸줄 수 있다.

7. 지금 여기서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며 보다 바람직한 노년생활을 할 수 있다.

죽음준비 교육은 당장 죽을 준비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서 지금 내가 살아가는 과정을 깊이 들여다보며 성찰하는 것이다. 죽음준비를 통해 지금 여기서의 삶이 지니는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에 남은 인생을 보다 행복하고 의미있게 보낼 수 있다.

우리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 품위있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