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제철일관제철소 앞바다, 철광석을 실은 선박의 모습.
▲ 현대제철일관제철소 앞바다, 철광석을 실은 선박의 모습.

가정집, 식당 곳곳에서 묻어나는 붉은 쇳가루

호흡기 고통, 피부질환 등 주민 피해 호소

시험가동 중 바람에 날려, ‘예견된 피해’

현대제철 일관제철소에서 날아든 쇳가루로 피부질환이 발생하는 등 성구미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렇게 상을 닦아내면 벌겋게 묻어나니 장사를 할 수가 있어요? 손님들이 앉았다가 옷에 빨간 먼지가 묻어나니 도로 나가버려요. 이게 다 사람 몸속으로 들어갈 거 아니에요? 포구를 옮겨주고 시험가동을 해도 해야지. 너무 한 거죠!”

지난 26일 오후, 송산 가곡2리 성구미 포구, 주민들이 울분을 토하고 있었다.

일관제철소 건설이 막바지에 이른 지난 23일 현대제철에 철광석이 실린 선박이 도착해 시험가동에 들어갔고, 원료를 옮기는 과정에서 쇳가루가 바람을 타고 성구미 일대로 날아든 것. 지난 26일은 당진 전역에 강풍이 불었다. 게다가 평상시와 달리 성구미쪽으로 역풍이 불어 피해가 더 심했다. 강풍이 예고됐었고 컨베이어 벨트를 열어 놓은 채 가동이 진행된 터라 이같은 피해는 ‘불 보듯 뻔한 예견된 피해였다’는 게 지역주민의 중론이다.

성구미포구 포장마차 식탁을 물수건으로 닦아내자 검붉은 먼지가 묻어 나왔다. 의자, 노면, 자동차, 주민들의 양말과 신발에서도 붉은 쇳가루의 흔적은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포구에서 떨어진 가정집 방바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주민 조씨는 “아침에 빨래를 널어놨는데 오후에 가서 흰 빨래를 물에 담가보니 붉은 물이 빠져나왔다”며 “죄다 다시 빨려고 물에 담가두었다”고 말했다.

쇳가루가 곳곳에 쌓인다는 것은 호흡을 통해 사람의 몸속으로도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주민들은 피부질환 등 쇳가루로 인해 호흡이 불편하고 몸이 가렵다는 고통도 호소했다.

주민 박모(69)씨는 붉게 두드러기가 난 팔을 걷어 붙이며 “온 몸이 가렵고 눈까지 아프다”며 “현대제철이 주민들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한 바람에 성구미로 날려든 쇳가루 피해가 심각해지자 주민들은 현대제철 측에 상황을 알리고 공장 가동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한시간이 넘도록 가동 중단이 이뤄지지 않자 분노한 주민들은 급기야 갯벌을 건너 현대제철 공장으로 향해 피해를 강력히 호소했다.

오후 4시40분경 시험가동이 중단됐다. 현대제철측은 성구미 포구를 찾아 주민들에게 사과를 표명하고 가동 중단을 알렸다. 벨트컨베이어를 이용해 선박에서부터 원료처리시설까지 철광석을 운반하는 과정을 시험하느라 덮개를 설치하지 않고 가동해 쇳가루가 바람에 날려 온 것이라는 게 현대제철측의 설명이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시험가동 중 바람이 많이 부는 등 예견치 못한 주민피해가 발생해 할 말이 없다”며 “현재 모든 가동을 중단하고 컨베이어 덮개를 설치한 뒤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송산면 가곡2리 바다 끝자락에 위치한 성구미포구에는 총 57명의 주민이 포장마차 등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성구미 주민들은 곧 삶의 터전을 떠나야만 한다. 현대제철이 송산산단을 추가 확장하면서 성구미포구가 추가확장지역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성구미지역을 공원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한편 지난해 11월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자금난 때문에 중단됐던 주민보상협의회가 지난 14일 재개돼 오는 9월 25일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