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협의서 이행은 모순, 처리 허용하고 지역발전기금 받아야”
군수 “환경 위해 협의서 번복 절대 반대”
지역민들 사이에서 현대제철 고로슬래그를 두고 지역 내 이미 입주한 기업들의 처리를 허용하고 기업으로부터 지역발전기금을 받아 공익사업에 활용하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사전에 슬래그 처리 업체의 입주를 막았어야 하지만 현재 이미 업체가 입주해 현대제철에서 슬래그를 공급하지 않더라도 지역 내에서 슬래그가 처리될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종기 군수는 “환경을 위해 협약서 체결 내용을 번복할 수 없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고로슬래그 문제, 왜 불거졌나
지난 2006년 군은 현대제철과 협의서를 통해 고로에서 발생하는 슬래그를 당진에서 처리하지 않기로 약속한 바 있다. 2006년 2월17일 당진군, 충남도, 현대제철, 건설저지대책위(주민대표)는 “회사는 연관기업 중 환경에 가장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슬래그, 타르를 재활용하는 기업은 군의 의견에 따르되 필요할 경우 당진지역에 입주시키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협의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협의서 체결과는 달리 현재 군내에는 1개 슬래그가공 공장이 가동 중에 있으며, 2개의 공장이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입주 예정인 공장까지 합해 가시화된 업체만 5곳으로 총 슬래그처리규모는 약 500만톤이다.
현대제철측은 협약대로 슬래그를 항만으로 반출해 모두 외부에서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군내에 슬래그공장이 들어서 당초 협약을 통해 지키고자 했던 지역내 슬래그 처리 차단은 무색하게 됐다. 입주 공장들이 현대제철에서 슬래그를 공급하지 않는다하더라도 타지역이나 해외에서 슬래그를 공급받아 공장을 가동한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현대제철이 생산한 슬래그는 외지로 내보내고 군내 입주한 기업은 외지에서 슬래그를 들여오는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이 예견되자 슬래그 처리에 대한 재논의의 필요성이 지역 주민 사이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지역 주민, 군수 입장은 무엇인가
송산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지역 내에서는 이미 슬래그 처리 공장이 입주해 타지역의 슬래그를 가져다 처리하는 마당에 협의서 이행을 위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현대제철 고로슬래그를 타지역에 내주는 것이 당초 환경을 지키려했던 목적 달성에 무슨 의미가 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애당초 슬래그 처리 공장 입주를 차단했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주민 사이에서는 협의서 이행이 무색해진 현재, 현대제철 고로슬래그의 지역 내 처리를 허용하고 공급동의권을 확보해 기업으로부터 지역발전기금을 받아 지역을 위한 공익사업에 활용하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항만 전문가들 역시, “경제적 논리로 봤을 때도 가까운 곳에 처리업체를 두고 먼 곳으로 원료를 실어 보내고 먼 곳에서 다시 원료를 사들이는 것은 낭비”며 “더 큰 해양환경오염까지 조장한다”는 의견이다. 나아가 협의서 이행이 지속된다면 현대제철 슬래그를 평택항인 동부두에서 하역해 당진항인 서부두로 다시 들여오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군은 협의서 고수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민종기 군수는 “협의서 파기는 절대 반대한다”며 “군수직을 걸고 지역 내 처리를 막겠다고 했는데 이제와 허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쟁점화 우려?
기업 입주 당시 막았어야
한편 일각에서는 “협의서를 이행하려는 확고한 의지가 있었다면 당초 서부두에 슬래그공장이 입주하는 것을 막았어야 했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이 문제가 쟁점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민 A씨는 “현실적으로 협의서 이행이 무의미하다는 것이 자명한 마당에 군수가 이에 대한 재논의를 반대하는 것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서가 아니냐”며 “선거를 의식해 지역 현안에 대한 판단이 흐려지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선거에서 쟁점화해 공격한다면 그것 역시 옳지 않다”고 말했다.
주민 B씨는 “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해수부의 압력 등으로 기업이 입주됐다고 하는데 서부두의 경우 공장건축인허가는 군에서 하기 때문에 설득력이 약하다”고 말했다.
고로슬래그는 무엇인가
고로슬래그는 용광로에서 철광석을 선철로 만들 때 생기는 광재로서 철 이외의 불순물이 모인 것이다. 대략 선철 1톤당 500~1,000kg이 생산된다. 슬래그는 고로시멘트의 주원료로 사용된다. 국내 연간 시멘트 사용량 중 대체시멘트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9% 가량 된다. 반면, 일본에서는 30%를 차지한다. 일본의 경우 환경부담 저하효과가 인정돼 고로슬래그가 그린구입법 품목에 지정돼 있다. 2001년 제정된 그린구입법은 관공청이 앞장서, 환경에 부담이 적은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것에 의해 환경물품의 보급을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령이다.
고로슬래그 지역 내 처리 문제 공론화 과정
2006. 1. 17 - 민종기 군수, “슬래그, 타르를 원료로 한 공장 군수직 걸고 막겠다”
(송산지방산단 지정 승인에 따른 기자회견에서)
2006. 2. 17 - “환경 위해 연관기업(슬래그 처리업체) 입주금지” 포함된 협의서 체결.
(현대제철, 당진군, 충남도, 현대제철건설저지대책위 참여)
2008. 10. 31 - 군, 서부두 7번 선석에 대한글로벌 공장건축인허가 확정 (슬래그 처리 규모 70만톤)
2008. 11. 10 - 군, 서부두 6번 선석에 (주)영진공사 공장건축인허가 확정 (슬래그 처리 규모 80만톤)
2009. 5. 21 - 썬 매트리얼(주) 당진공장 준공식, 가동 시작 (슬래그 처리규모 80만톤)
2009. 8. 7 - 현대시멘트(주), (주)삼표 서부두 5번선석(시멘트 전용부두) 개발 위한
비관리청 항만공사 사업시행자로 공식 선정 (총 슬래그 처리규모 250만톤)
2009. 10. 14 - 협약서와 슬래그 지역 내 처리 문제에 대한 의견 공론화
(친환경제철소 건설 및 지역발전협의회에서)
2010. 1. 5 -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입화식, 시험가동 시작, 고로슬래그 발생 시작
2010. 4. -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본격 가동 예정, 연간 슬래그 100만톤 생산
당진화력, 플라이애시 처리는 어떻게 하나
군이 처리업체 선정, 지역발전기금 조성
당진화력 7·8호기에서 생산되는 대체시멘트의 주원료 중 하나인 플라이애시의 처리업자는 석문면개발위원회가 직접 선정한다. 입찰을 통해 정해지는 5·6호기와 달리 7·8호기는 석문면개발위가 업체를 선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3월26일 당진화력과 군은 7·8호기 건설과 관련해 “당진화력 7·8호기 발생분 석탄회(플라이애시)를 1~6호기 석탄회 판매가격으로 관련 법령에 위배되지 아니한 범위내에서 군(석문면개발위원회) 또는 군이 지정하는 업체에 공급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이행각서를 체결했다.
석문개발위를 통해 선정된 업체는 입찰 절차 없이 플라이애시를 처리할 수 있는 대신, 석문개발위에 톤당 1200원의 지역발전기금을 기탁하고 있다. 석문개발위원회측은 지난해 처리업체인 이천에프에이로부터 1억8천만원을 기탁 됐으며 이를 지역주민 환원사업에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Interview
민 종 기 군수
“협의서 파기 절대 반대한다”
지역 내에서 협의서에 대한 재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군의 입장은?
- 절대 반대한다. 지금이라도 슬래그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군수직을 걸고 막겠다고 했는데 이제와 오케이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슬래그공장이 입주한 상황에서 협의서 이행이 무의미한 모순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 제철소가 있는 것만으로도 배추에 쇳가루가 묻어나는 상황이다. 조금이라도 환경에 저해가 된다면 막아야 한다고 본다. 군은 2010년을 푸른공원도시 당진만들기 해로 정했다. 먼 훗날을 위해 당진을 아름답게 만들 의무가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쟁점화되는 것을 우려해서라는 의견이 있는데.
- 환경보호를 위해 체결한 협의서다. 환경에 영향이 없다는 게 증명되고 모든 군민들이 써도 좋다고 하지 않는 이상 협의서 파기는 허용할 수 없다.
김 봉 균 송산면번영회장
“현재 협의서 무의미, 재논의 이뤄져야”•지역내에서 협의서에 대한 재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 현 상황이 현대제철 슬래그가 아니라도 타지역에서 지역내 기업으로 들어오게 됐다. 이러한 현상이 환경적으로 바람직하냐는 고민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제철 슬래그를 지역에서 처리하는 대신 발생하는 이익을 활용해 지역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냐는 생각이다. 또한 환경적으로도 다른 제철부산물에 비해 재활용되는 슬래그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지역에서 어떤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 우선 무엇보다 지역민들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러자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환경을 담보로 한 것이기 때문에 지역 내에서 충분한 재논의가 필요하다.
지역에서 슬래그 공급동의권을 확보해 기업으로부터 발전기금을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 가까운 곳에서 슬래그를 공급받음으로써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를 지역에 환원해 지역의 공동이익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환경을 담보로 하는 만큼 정치적 생색내기가 아닌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방향으로 철저히 지역을 위한 공익사업에 사용되도록 할 것이다.
이 병 성 당진항발전위원회 상임부위원장
“협의서 고수시, 물류 역현상 발생”
지역내에서 협의서에 대한 재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 내년이면 현대제철에서 100만톤, 2호기까지 완공되면 230만톤 가량의 슬래그가 생산된다. 헌데 현재 협의서 이행대로라면 현대제철 슬래그는 외지로 보내고 당진에 입주한 기업들은 일본이나 광양 등에서 슬래그를 들여 오는 아이러니한 역현상이 벌어지게 생겼다.
물류의 역현상은 근거리를 두고 비효율적으로 먼거리를 오가면서 해양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당초 군내에 처리업체를 허가해주지 말았어야 한다. 만약 이대로 간다면 현대제철 슬래그를 평택인 동부두에서 하역해 서부두로 들여오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가장 높지 않겠냐.
슬러그 처리에 대한 환경적 피해에 대한 우려도 있다
- 예전과 달리 밀폐된 곳에서 분쇄해 곧바로 선박에 하역해 밀폐된 탱크로리로 운반하기 때문에 환경피해도 다른 부산물에 비해 적은 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