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경도 해안가를 뒤덮은 기름덩어리들.
▲ 비경도 해안가를 뒤덮은 기름덩어리들.

-편집자주-

지난달 21일 현대오일뱅크의 대산부두에 정박해 있던 유조선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인한 피해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방제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궂은 날씨와 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지난 15일 또다시 유출된 기름이 비경도를 덮쳤다. 두 번째로 유출된 기름은 어디서 유출된 것인지조차 찾지 못하고 있어 난지도 주민들을 더욱 답답하게 하고 있다. 지난 16일 비경도에서 방제작업을 하고 있는 난지도 주민들과 동행했다.

“재발방지 약속한지 한달도 안 돼”주민들 분노

지난 15일 오전 11시경 비경도 해안가에서 주민들이 또다시 밀려온 기름덩어리들을 확인했다. 2차 기름 유출피해가 발생한 것. 기름은 오일뱅크 앞 묘박지에 정박해 있던 유조선에서 흘러 나왔다. 분석 결과 벙커-C유이지만 지난번 기름과는 성분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난지도 기름유출피해 주민대책위원회(위원장 최장량)에서는 대난지도와 소난지도에서 방제작업을 하던 주민 중 일부를 모아 비경도 방제작업에 나서도록 했다. ▲ 난지도와 도비도 주민들은 일일이 돌을 하나씩 들추면서 기름을 닦아내고 있다. 추운 날씨와 짧은 작업시간으로 인해 방제인원이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주민들과 함께 찾은 비경도는 대난지도, 소난지도와 달랐다. 서 있을 때는 그리 심하지 않지만 기름을 닦아내기 위해 자리에 앉으면 기름냄새가 코를 찔렀다. 방제를 하고 있던 김규례(56, 대난지도 주민)씨도 “냄새가 나서 죽겠다”며 “주민들도 기름 냄새가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작업을 안할 수도 없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방제를 해야 하는 범위도 무척 넓었다. 군에서 파악한 피해 범위가 비경도 해안의 절반 가량인 1km 가량. 바닷물이 들어오면서 밀려온 기름이 썰물 때 그대로 비산돼 해안가 곳곳에 까맣게 퍼져있다. 주민들은 일일이 바위를 들추고 기름을 닦아냈다. 큰 바위는 젊은 사람들과 몇 사람이 함께 미리 뒤집어놓아 작업의 편의를 도왔다. 이미 여러 차례 방제를 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바위를 들추면 아직도 굳어버린 기름덩어리들이 나왔다. 지난달 20일경 유출된 기름이 아직도 제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조도에서 왔다는 한 주민은 “냄새도 심하고 머리도 아픈데 마스크부터 있어야겠다”며 “냄새가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도비도에서 온 김현옥(52)씨는 “삼길포까지 기름띠가 밀려와 방제를 했었는데 여기 와보니 훨씬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난지도 기름유출피해 주민대책위원회의 김우규 부위원장은 “지난달 기름피해가 발생한 지 한달도 되지 않았는데 또다시 기름피해가 발생했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주민들에게 방제가 당장 급하지 않냐고 이야기하는 오일뱅크측이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방제 서둘러야 하는데...”

물때와 장비 부족으로 현장 떠나야만 해

이날 방제에 참여한 주민들은 약 50여명. 이들은 이날 아침 9시경부터 점심도 거른 채 오후 3시경까지 방제를 했지만 1km 범위 중 50m가량밖에 방제하지 못했다. 기름의 양이 너무 많고 일일이 바위를 들추고 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 작업을 하는 도중 주민들은 계속 걸레와 장갑을 가져다달라고 요청했다. (이날은 2차 기름피해가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당진군의 지원이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군은 지난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예비비 3680만원을 투입해 방제비용으로 썼다고 밝혔다.)

대난지도에 사는 김동환(45)씨는 “이제는 난지도의 이미지가 떨어질까 걱정스러워 쉬쉬할 일이 아닌 것 같다”며 “하루빨리 방제작업을 마무리짓고 생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옆에서 기름을 닦던 정영숙(48)씨도 “주민들의 피해가 이렇게 심한데 왜 대다수 언론에서 나오지 않는 것이냐”며 “심각성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바지락, 굴 어떡하나, 기름 냄새난다” ▲ 지난 16일 비경도에서 하루종일 작업해 모은 흡착포와 기름 묻은 방제도구들.

태안에서 발생한 재앙 수준의 기름 피해에 이어 이번 기름 피해로 어장이 황폐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었다. 실제로 현장에서 직접 채취한 굴은 기름냄새 때문에 먹을 수가 없었다. 방제작업을 하던 차모씨는 “태안의 기름유출사고로 난지도 인근의 바지락이나 굴이 살이 차오르지 못해 계속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번 기름유출사고로 엎친데 덮친 격이 되어버렸다”며 “올해 바지락과 굴은 끝났다”고 탄식했다. 차씨와 함께 방제작업을 하고 있던 주민은 “심심하면 사고가 나는데 이건 해도 너무하지 않나”라며 “이제 좀 어장이 회복되려고 하는데 또 이런 일이 터지면 주민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만조시간은 오후 5시 45분. 점심도 거른 채 방제작업을 하던 주민들은 오후 3시경 비경도 해안의 수많은 기름덩어리들을 남겨놓은 채 카페리선을 타고 소난지도로 돌아가 늦은 점심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