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 금요일 오후 1시 반, 한참 수업을 할 시간에 수많은 초 중 고등학생들이 남산에 모여들었다. 단체로 온 것으로 보이는 한 호서고 학생에게 연유를 물었다. 이유인 즉 슨 “학교에서 오전에는 체력검사를 하고 오후에 남산 행사에 가라고 해서 왔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집에 가면 되지 않느냐고 다시 물었더니 “행사가 끝나고 종례를 현장에서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행사장인 도서관에는 유니폼을 입은 합덕제철고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이 학생들은 “자유시간에 합덕에서부터 관광버스를 타고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잘은 모르지만 군에서 하는 축제에 단체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당진초등학교 3, 4, 5학년 아이들은 관람석 우측에 단체로 앉았고 합덕제철고 학생들은 관람석 뒤편 계단에, 호서고와 원당중 학생들은 관람석에 앉았다. 설렁했던 행사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꽉 찼고 비로소 축제다운 분위기가 돌기 시작했다.

행사장에서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교사에게 “이것이 진정 교육적으로 옳은 일인가? 아이들의 학습권과 교사들의 교수권을 침해한 일이거나 방기한 것이 아닌가?”하고 물었다. 곁에 있던 다른 한 선생님은 “자기도 한심하게 생각한다”며 “학교에 공문이 왔고 교장선생님이 시켜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원당중학교는 수업시간을 바꾸어 국사, 체육시간과 자율학습시간을 맞교환하였으므로 학교가 월권을 한 것은 아니란다.

교육장, 군수의 인사말이 끝나자 내빈들은 초청공연인 타악공연이 끝나기 무섭게 자리를 뜨거나 체험부스를 돌기 시작했다. 군수가 체험부스를 다 돌고 남산에서 내려가자마자 초등학생, 합덕제철고 학생들도 어디론가 가버리고 입추의 여지가 없던 관람석에 빈자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급기야 세 번째 순서인 주부들의 오카리나 연주는 30명도 안 남은 가운데 시작되었다. 학생들은 자유시간으로 쓸 수 있는 2시간을 모두 쓰고 학교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과연 혈세 4300만원을 들인 이 행사가 당초의 목적대로 평생학습 기관 단체와 주민, 학생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즐길 수 있는 장을 마련하였으며 주민의 문화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평생학습 문화의 정착에 기여하였는가?

이번 행사를 위해 7월23일 평생학습협의회 회의가 열렸었다. 당시 회의에 참가한 필자는 주민과 학생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토요일과 일요일로 개최일시를 변경하고 남산꼭대기가 아닌 거리로 축제가 내려오는 것 등을 제안하였다. 지난해의 학생동원에 대해서도 지적하였다. 지난해에는 500여명의 학생들이 동원되어 자원봉사점수를 받았다. 몇 년 전에는 일본총리의 독도 관련 망언 규탄대회에 많은 중학생들이 참석한 적이 있었다. 행진에 들어가기 직전 당진교육청의 장학사 한 분이 아이들을 모아놓고 행진을 마치고 나서 집결을 해야 자원봉사 시수를 인정하여준다고 공지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행사는 준비회의 당시 제출된 자료에서 행사 프로그램 중 초청공연만 바뀐 채 그대로 치러졌다.

군수의 축제정비 공약은 빌 공자 공약이었는가. 아니면 군수의 의지가 공무원들에게는 관철되지 않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관료들의 군수 길들이기란 말인가. 도대체 무엇을 위한 행사인가?

행사의 참여자는 행사의 성패를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이다. 그러나 그것은 군수가 인사말할 때 몇 명이 앉아있는가가 아니라 행사 전체를 통틀어 몰입하고 즐긴 주민의 수이다. 이제 10월 말이면 당진군은 2011년 예산안을 편성하는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잘못된 집객수를 갖고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예산이 편성된다면 바로 전시성, 선심성 행정을 그대로 유지, 온존시키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당진군민들의 삶의 질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일이다.

기획에 자신이 없으면 행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 실력이 없으니 목적을 배반하여 인력을 동원하고 경품으로 주민들을 꼬시고 유명연예인을 동원해서 관객을 채우는 것이다. 동참하거나 함께 만들지 못하면서도 행사를 통해 성과를 보이려니 이런 일이 생기고 피 같은 세금을 낭비하게 된다. 이는 바로 관객모독을 넘어 군민무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