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악읍 바닷가 근처에 살고 있는 이금자 할머니(67)는 시간이 가는 것이 두렵다. 몇 해 전 척추 수술을 한 뒤로 거동은 가능해졌지만 무리한 일을 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데다가 하루가 다르게 몸이 노화해 가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셋이나 되는 손녀들이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는 곁에서 뒷바라지를 해줘야 할 텐데... 할머니는 마음이 무겁고 힘들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눈물만 난다.

할머니는 큰아들의 외동딸(가명 가은)과 작은 아들의 두 딸을 키우고 있다. 그나마 몇 달 전 막내아들이 작은 아들의 큰 딸을 키우겠다며 데리고 갔지만 여전히 세명의 손녀가 할머니와 살고 있다.

“가은이가 세 살 때 큰 며느리가 집을 나가는 바람에 내가 맡아 키웠지. 그리고 나서 얼마 안 있다가 둘째 아들 형편이 어려워져서 당진으로 내려와서 나랑 같이 살게 됐어. 그때가 둘째 아들 큰애가 12살 때였어. 근데 5년 전에 둘째 며느리마저 집을 나갔어. 그리고 둘째 아들도 어딜 가서 사는지... 가끔 오기는 하는데 어찌 사나 잘 알지는 못해...”

두 아들은 딸들을 할머니에게 맡겨 놓고 감감무소식이다. 둘째 아들은 가끔 연락도 오고 찾아오기도 하지만 육아·교육비를 보태는 일은 거의 없다.

할머니는 그 동안 남의 논을 대신 농사지어 쌀을 장만하고 바다에 나가 굴을 따서 번 돈으로 손녀들과 먹고 살았다. 하지만 몇 년 전 허리 디스크가 악화되어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할머니는 허리에 인공뼈 12개를 삽입하는 대수술을 받았고 그 뒤로는 굴을 따러 마음대로 나갈 수 없게 됐다.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 울기도 많이 울었어. 애들 잠들면 혼자 얼마나 울었나 몰라... 애들 키울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고 허리는 아파서 잠도 못 자겠고... 아이고,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다 어떻게 말로 하나...”

그래도 할머니는 금쪽같은 ‘내 새끼’를 고아원에 보낼 수 없어 바다에 나가 굴을 딴 돈으로 손녀들을 키웠다. 하지만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된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 이름으로 나오는 국민연금 14만원이 할머니와 손녀 3명의 유일한 생계비이다. 식비는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꿈사랑카드로 해결하고 아이들 옷은 이웃들이 준 헌옷으로 버티고 있다. 지난달에는 전기세가 몇 달씩 밀려 단전 통지서가 날아와 세금을 내고 나니 통장에 잔고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고 한다.

인터뷰 내내 할머니 옆에 앉아 이웃에서 얻어온 병아리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막내 지은(가명, 12)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지은이는 수줍게 작은 목소리로 ‘요리사’라고 말했다. 할머니께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 드리고 싶어서란다. 어려운 형편에 엄마, 아빠와 떨어져 컸는데도 그늘진 구석 없이 해맑은 지은이는 낯선 기자를 보고도 생글생글 잘 웃었다. 하지만 아빠가 보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는 이내 큰 눈에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으앙으앙, 소리 내어 울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오래 울지도 않고 이내 제 스스로 눈물을 슥슥 닦아냈다.

할머니는 가끔 생활비가 부족해 아이들 학교 갈 버스비 줄 돈도 없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 할머니와 세 명의 손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생활비와 아이들 교육비, 식비 등이다. 또한 청소년기에 접어든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여 줄 상담사와 멘토도 필요하다. 할머니는 자녀들이 있어 생활보호대상자에도 속하지 못하고 장애등급판정도 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 도움을 주실 분을 찾습니다.

- 할머니에게 필요한 지원

: 보일러 석유통 교체, 손녀들 교육비

생필품 등

: 후원 및 제보 355-5440(담당 우현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