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들이 전학생을 성적을 기준으로 선별해 받는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표면상으로 당진 내 고등학교들은 학생 정원 부족을 이유로 전학생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의무화된 ‘학생정원 및 현원 현황 대장’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학교에서 성적, 학업태도 등을 기준으로 학생을 골라 받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사태의 배경으로는 “퇴학조치가 어려워진데다가 학업성적이 학교평가에 미치는 영향 등”이 거론된다.

논란이 불거진 건, 전남 남해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지역출신 학생이 가정형편 등의 문제로 전학을 희망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학교는 조금 더 우수한 인재를 원한다”

지난달 장모군(17)은 당진으로 전학을 오기 위해 당진 내 6개 고등학교에 전학 희망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모든 학교에서 ‘전학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대다수 학교의 전학불가 이유는 ‘정원 부족’이었다. 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정원과 별도의 이유를 들기도 했다.

A 학교의 경우 “기숙사에 자리가 없다”는 것을 이유로 드는 가하면 “이전 학교와 교과과정이 달라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2011학년부터 초, 중, 고교에 적용된 새로운 수업 편성방식인 집중이수제로 인해 전학생이 특정 과목을 이수하지 못할 경우 보충 수업을 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6월 당진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학생이 발생할 경우 방학 등을 이용해 이수할 수 있도록 대안이 마련돼 있다”고 밝힌바 있다.

개중에는 우수한 인재를 받고 싶기 때문에 전학을 허락할 수 없다고 말한 학교도 있었다.

당진 내 한 학교 관계자는 복지사와의 통화에서 “현재 학생을 받을 수는 있지만 우리 학교는 조금 더 우수한 인재를 받고 싶다”며 “더 좋은 아이를 뽑아야 한다는 게 교장선생님의 경영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현재 전학을 희망하는 12명의 대기자가 있다”고 밝혔다.

장군의 전학을 돕기 위해 나선 복지사는 “어떤 학교의 경우에는 교장의 퇴임식이 있는 중요한 날이니 소란피우지 말고 나가라,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 아니다”며 “전학은 교장의 권한으로 도교육청에서 관여할 사항이 아니므로 도교육청 관계자가 와도 상관없다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학생정원 및 현원 현황 공개는 거부

대다수의 학교에서 정원이 부족해 전학생을 받을 수 없다면서도 전·편입학 업무처리 지침에 의거해 공개할 의무가 있는 ‘학생정원 및 현원 현황 대장’의 공개는 거부했다.

합덕제철고를 제외한 지역내 5개 고등학교 모두, 정원이 다 찼다고 밝혔으나 대장을 보여달라는 복지사의 요청은 모두 거부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충남도교육청 전·편입 담당 장학사는 “대장을 직접 확인하지 않는 이상 정원이 부족하다는 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며 “원칙상으로 대장은 공개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학부모는 “학교가 공부를 하겠다는 학생을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는 것은 기본적으로 교육철학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학업위주의 교육정책과 교장들이 승진성적을 유지하기 위한 이기심에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지철 교육의원은 “당진과 같은 사례가 충남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학생의 장래를 생각할 때 정원이 남아 있는데도 전학을 거부하는 것은 비교육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장군이 전학을 할수 밖에 없는 사연

어려운 가정형편, 운동으로 놓친 공부

생활기록부 “꾸준한 성적향상 기대되는 학생”

장성민(가명, 17) 군은 2학기가 시작됐지만 학교를 가지 못하고 집에서만 지내고 있다. 어느 학교에서도 장군을 받아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석문이 고향인 장군은 신평중학교에서 축구부로 활동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남해 ㅎ고등학교 축구부원으로 선발되면서 부모님과 떨어져 남해에서 학교를 다니며 운동했다. 하지만 지난 8월 연습도중 왼쪽다리를 다쳐 더 이상 운동을 할 수 없게 됐다.

경제적 어려움도 운동을 지속하는 데에 걸림돌이 됐다. 매달 40만원씩 지불해야 하는 기숙사비와 생활비, 전지훈련비 등을 감당하기엔 장군의 집안형편이 넉넉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맹자인 장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막노동일을 나가고 있지만 생활비도 빠듯한 실정이다.

어머니는 우울증 증상을 앓고 있어 경제활동이 어려운 데다가 장군의 동생은 어릴 적 심장수술로 몸이 약할 뿐 아니라 최근에 지적장애 3급이 의심되어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

남해 고등학교 미납된 학비는 모두 600만원 가량으로 지속적인 축구부활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은 장군이 부상을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결석처리는 면하고 있지만 전학이 늦어질 경우 남해 고등학교에서는 퇴학처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남해 고등학교에서는 전학을 갈 경우 미납된 학비는 면제해 주겠다는 입장이다.

장군은 신평중학교와 남해 고등학교 축구부 감독들이 모두 입모아 칭찬을 아끼지 않을 만큼 성실한 학생으로 평가했다. 두 학교 축구부 감독은 “가정형편이 어렵지만 항상 노력하는 학생”이라며 “운동으로 부족한 학습량은 쉬는 시간에 졸린 눈을 비벼가며 보충학습을 할 정도로 학습의욕도 돋보이는 학생”이라고 말했다.

장군은 편지를 통해 “회비가 밀려서 훈련을 중단하고 집에서 쉬었다가 다시 학교에 나가길 여러차례 반복해 왔고 부상 이후 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결과 치료를 받지 않고 축구를 계속하면 다리를 쓰지 못한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며 “학교를 정말로 다니고 싶다”고 호소했다.

한편 장군의 생활기록부에는 “꾸준한 연습으로 괄목할만한 성적향상을 보여주었으며 꾸준한 성적향상이 기대된다, 수업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를 보인다” 등의 특기사항이 기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