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장에서 똑같은 상품을 일정하게 만들어 내듯, 식물도 그렇게 생산할 수 있을까?
가뭄과 집중호우, 태풍 등 자연재해와 농촌고령화에 따른 인력부족과 상관없이 연중 일정한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게 실현되고 있다. 하늘과 땅, 사람을 기반으로 하는 농업이 최첨단기술과 만나 ‘식물공장’으로 탄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우리나라 농가의 총 수익이 1ha 당 260~400만원 씩 감소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해 안정적인 농산물 공급에 차질이 생기거나 외국 농산물 수입이 확대되면서 우려되는 식량확보 문제와 요동치는 농산물 가격에 대한 대안으로 식물공장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빛, 온도, 양분 등 완벽한 환경제어
농촌, 농업의 위기를 말하는 이때, 당진에 국내 최대 규모로 상용화된 식물공장이 문을 열었다. 송악읍 청금리 서해중소기업산업단지에 자리잡은 ‘세이프푸드(Safe Food, 대표 류희용)’가 바로 그곳이다. 첨단자동화설비를 갖춘 이곳에서는 식물의 생육환경인 빛,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농도, 양분, 수분 등을 철저히 통제해 연중 일정한 양으로 고른 품질의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대부분의 식물공장이 빛을 완전히 제어하는 방식의 인공광형으로 지어지는 반면 세이프푸드는 태양광의 이점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도록 태양광·인공광 병용방식의 설비를 갖췄다.
농촌진흥청에서 근무했던 류희용 대표는 “농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농업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이 농업에 종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특히 서울·수도권과 가깝고, 당진항이 있어 수출에도 용이한 입지조건을 갖춘 당진에 자리를 잡게 됐다”고 말했다.
외부세균 차단, 친환경·무공해 채소
세이프푸드는 각종 포기채소와 베이비리프(어린잎채소), 수경인삼과 딸기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식물을 기른다. 특히 허브류 등 특수채소는 50여 가지의 인증을 받기도 했다. 또한 무인방재 시스템으로 외부세균을 차단, 병해충 없는 친환경·무공해 채소를 생산한다. 이렇게 재배된 채소는 가락동 농산물시장에서 최고가로 책정될 만큼 고품질을 인정받았다. 또 일부 채소는 일본 등 해외로 수출되며, 최근에는 당진시 농협 해나루조합 공동사업법인을 통해 당진과 아산 등 인근지역의 학교와 급식센터 등에 유통되고 있다.
류 대표는 “식물공장은 미래산업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녔다”며 “농업이 아닌 첨단기술 융합산업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식물공장은 작물재배를 위한 농업전문가와 빛과 양액공급 등 전자시스템을 제어하는 전기기술자, 설비를 만들어 내는 기계공학자, 태양광 기술자, 온실건축시공업자, 환경제어 전문가 등 다양한 전문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젊은 층 농업기피, 수도권집중 완화 효과
또한 세이프푸드의 시설에서는 10단까지 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에 1000평의 대지에서 약 1만평에서 재배하는 것과 같은 생산량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농지가 계속해서 축소되는 상황에서도 식물공장의 설비를 갖출 일정 수준의 면적만 확보된다면 충분한 작물 생산이 가능하다.
식물공장의 이 같은 특징에 대해 류 대표는 “자동화 설비를 갖추되 기술은 사람의 몫”이라며 “대학을 졸업한 많은 젊은이들이 농업을 기피하고,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국의 대학을 비롯한 수많은 기관과 일본 등에서 연구와 벤치마킹을 목적으로 세이프푸드를 방문하고, 기술이전 문의가 이어질 정도로 이목을 끌고 있지만 어려움도 크다. 식물공장 설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자본이 필요한데 세이프푸드는 정부지원이나 지자체의 어떤 도움이 없이 자력으로 일어서야만 했다.
높은 투자비용, 정부·지자체 지원 필요
정부와 지자체가 농업 보호와 농촌 진흥을 내세우면서도 이 같은 미래지향형 산업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고 류 대표는 지적한다. 젊은 전문가들이 식물공장과 같은 새로운 농업 형태에 대해 연구개발을 하고 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는 기존 거래처가 많아 판매처를 확보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해나루조합 장근순 단장은 “현재 세이프푸드에서 생산된 치커리와 베이비리프 등을 당진 내 학교 5~6군데와 아산 급식센터에 공급하고 있지만 발주가 많지는 않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날씨와 계절에 상관없이 연중 좋은 품질의 채소를 생산할 수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류희용 대표 역시 “세이프푸드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유통부분만 해결이 된다면 2년 안에 손익분기점을 충분히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