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이 부르는 소리 없어도 발을 멈추게 되리라.”

흥얼거리다 멈추고 바라본 보리밭, 눈부신 짙은 초록의 장관이여.

차라리 푸름에 빠졌으니 청보리라고 했던가.

아직 여물지 않은 보리 꽃도 아닌 것이 다 자라지 않았어도 어찌 이다지 예쁜가.

바람도 머무는 보리밭, 보리가 파란하늘 아래서 푸르라니 흔들거리다.

손짓하며 부르더니 푸름에 몸을 맡겼다가 다시 길을 가는 나그네여  예쁜 보리

밭은 마음속 깊이 간직되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가을에 뿌린 사랑의 보리씨가 추운 겨울을 견디어 내고 새봄에 파릇파릇 자라는

그 삶이 우리에게 감탄과 감동을 자아내듯 우리의 사랑은 영원하다는 약속을

손가락 걸고 어깨동무하며 자꾸 속삭이리라.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 듯 보릿고개가 떠오리라.

허기를 참지 못해 보리뭇 채 불로 익혀 손으로 비비면서 익은 보리 낟알들을

허겁지겁 먹었던 보릿고개, 지금 생각해 봐도 너무나 고마운 보리였다.

이제는 건강식품으로 또 현대생활에 찌든 이들에게 마음을 수양시키고 날카로운 보리이삭은 찌든 마음의 때를 말끔히 씻어 주는구나.

한들거리는 푸르른 보리는 대지에 수려한 옷을 입힌다.

보리여, 그리움이여, 아름다움이여!

2013년 4월 15일 보리밭에서

이경애 작가

- 우강면 원치리

- 새마을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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