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경찰서(서장 유제열)가 지난 5월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5명의 질식사와 관련해 실무자 3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데 이어 시민사회 단체 및 노동조합은 “핵심을 비켜간 수사 결과”라고 규탄하고 있다.

이들은 “공사기간 단축을 통한 이윤 확대라는 기업 논리가 부른 참사라는 핵심에서 빗겨가 현대제철의 최고경영진은 책임을 피하고 노동자인 실무진이 그 책임을 대신하게 됐다”라고 주장했다.

시민사회 단체 및 노동조합은 “현대제철 사망사고에 대한 조사는 최고경영진을 피한 꼬리 자르기식 수사”라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이번 아르곤가스 누출 사건과 같은 참사를 방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안전규칙이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강행된 사실이 밝혀진 것을 예로 들며 “산업보건법상 밀폐공간에서 작업할 때 산소 농도를 측정하고 환기 시설을 점검하는 ‘밀폐공간 프로그램’이 시행되도록 되어 있다”며 “현대제철 측에서 전로 내부 작업을 밀폐 공간으로 분류하지 않고 작업을 강행한 상황은 실무진이  아닌 경영진이 결정해야할 사항인 만큼 경영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제철기업살인충남대책위원회 조상연 공동위원장은 “무리한 공기 단축으로 노동자는 죽임을 당했지만 당진경찰의 이번 수사 결과는 현대제철 경영진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이번 수사발표로 노동자가 죽는 것에 대해서 현대제철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당진경찰서 관계자는 “사망원인 조사를 위해 실질적인 실무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고 조사결과를 토대로 책임소지가 분명한 관계자들에게 구속영장 및 입건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 종사자 A씨는 부장급을 포함한 실무진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된 사항에 대해 “공기 단축을 지시할 권한이 없는 실무진의 경우 위에서 지시 받은 상황에 따라 업무를 진행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조사 결과 발표는 현대제철 및 경찰서 내부적으로 실무진 선에서 문제를 마무리 지으려는 상황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제철에서 실무진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에 대해 순응하는 대신, 특례를 주고 경찰과 접촉해 실무진 선에서 상황을 마무리 하자고 협의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는 정서는 억울한 처사”라며 “사고가 일어난 문제에 대해 조사를 명확하게 하다보니 현장을 책임지는 실무진이 조사를 받게 됐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곤 가스관 메인밸브 손상으로 조사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및 메인밸브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당진경찰서가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아르곤 가스 누출의 원인은 전로에 연결된 가스관 메인밸브가 손상됐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당시에는 아르곤 가스관의 메인밸브가 잠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메인밸브는 손상된 채로 틈이 벌어져 있었던 것.

이를 토대로 당진경찰서는 지난 20일 현대제철 당진공장 관련 부장과 차장, 주임 등 3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 하청업체 관계자 등 11명을 입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