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은 유한하지만 국가와 국민은 무한하다. 우리나라의 정치가 유한한 정권에 따라 단절정치의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바로 정치의 근본정신을 국가와 국민에 두지 않고 정권과 정치인에 두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국가 간의 외교문제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기존정책으로 급선회 시킨다면 세계질서 속에서 고립과 고난을 불러오게 된다.

2004년 자원외교를 기치로 카자흐스탄에 이어 러시아를 순방 중이던 당시, 故 노무현 대통령은 9월 22일 동행한 기자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외교는 장기적이다. 당장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협력 토대를 구축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부터 자원외교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참여정부의 자원외교는 동남아와 중남미로 이어진다. 당시 여당의 주요인사가 자원외교 대열에 뛰어들었고, 장관과 기관장 등의 특별기고가 이어지며 자원외교의 성과홍보는 물론 온 국민의 성원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리다가 2005년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비리 의혹이 제기되며 당시 여당실세로 불리던 이광재 의원이 연루의혹에 휩싸였다. 당시 야당은 오일게이트라며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정치공세를 벌였으나, 특검은 아무 소득 없이 끝나고 말았다.

2014년 10월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한국광물자원공사가 투자개발하고 있는 멕시코의 볼레오 구리광산이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의 대표적인 실패사례라며 전면적인 공세를 펼쳤다. 현재 사실상의 부도상태에 있으며 이로 인해 국민혈세 2조 원을 날릴 수 있다고 몰아붙였다.

그런데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7월 당시 대한광업진흥공사 이한호 사장은 바로 멕시코 볼레오 동광 사업을 자원외교의 신규 사업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참여정부 한달을 남겨둔 2008년 1월 이사장은 멕시코 볼레오 광산이 직접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그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도 계속 사장직을 유지해온 이한호 사장은 2008년 4월 이 광산의 지분 3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것이 MB의 대표적 자원외교 실패사례라며 야당의 공격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자원외교는 정권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세계 각국이 자원 확보를 위해 국가의 역량을 쏟아 붓고 있는 이유다. 참여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도 자원외교를 주요 국정 아젠다로 세웠다. 이는 정권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과제이기 때문이다. 자원개발의 성공률은 20%를 밑돈다. 기업의 경제논리로는 수행할 수 없는 일이다. 1970년대 산유국의 꿈을 안고 추진한 대륙붕 7광구 유전개발 사업이 단적인 예다. 지금 이 사업이 잘못됐다고, 혈세를 낭비했다고 말하는 국민은 없다.

물론 국가정책도 잘잘못은 철저히 따져야 한다. 그리고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은 철저한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국민과 국가에 겸허한 자세로 사업을 수행해야 한다. 만약 비리와 잘못이 있다면 철저히 가려 엄중히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

지금 국민경제는 매우 어렵다. 세월호 사건으로 얼어붙은 소비경제 심리는 국회의 지리한 정치싸움으로 더 얼어붙고 있다. 국민들의 정치 혐오증도 극에 달하고 있다. 초겨울 한파로 국민경제가 더더욱 얼어붙고 있는 판국에 소득 없는 정치싸움은 국민들과 정치의 틈을 더 벌려놓을 것이 뻔하고, 이는 국민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애민여자(愛民如子)라는 말처럼 백성을 자기자식처럼 사랑하지는 못할망정, 국민에게 진정으로 겸손해 지는 정치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