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운 여름이 지나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올 쯤 찾아오는 환절기엔 감기에 걸리기 쉽다. 콜록대는 기침소리가 들릴 때면 할머니는 배 속을 파서 그 안에 꿀을 넣고 중탕으로 푹 끓인 뒤 즙을 짜 마시게 했다. 기침과 기관지에 좋은 배의 효능은 할머니의 정성이 더해져 쓴 약보다 더 효과가 좋았다.
나무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배가 점점 익어가는 계절이다. 몇 주만 더 지나면 추석 차례상 위에 오를 햇배가 수확된다. 아삭아삭하면서도 달콤하고 풍성한 과즙이 일품인 배가 점점 노랗게 물들고 있다.
고령화·일손 부족에 걱정
수입 농산물 개방으로 외국산 과일의 홍수 속에 한국인들이 즐겨 찾던 전통적인 과일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하지만 어디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달고 맛있는 배를 생산하기 위한 농민들의 노력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배 연구회(회장 박희석) 역시 마찬가지다. 주기적으로 선진 농가를 방문하고, 교육을 실시하면서 배 품질 향상을 위해 늘 고민하고 연구한다. 배 연구회 전체적인 활동뿐만 아니라 몇몇 농가끼리 그룹을 만들어 수시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약 15년의 역사를 가진 배 연구회는 현재 30여 명의 회원이 함께하고 있다. 과거 보다 농가 수나, 경지 면적이 계속 줄고 있는 추세라며 박희석 회장은 안타까워했다. 적과부터 과실에 봉지를 씌우는 일까지 정해진 기간 안에 손을 잘 봐둬야 1년 농사에 차질이 없지만 농촌은 점점 고령화되고, 일할 사람이 부족해 걱정이란다. 게다가 인건비는 계속해서 오르지만 농산물 가격은 좀처럼 제 자리 걸음이니 농민들의 걱정이 크지 않을 수 없다.
박희석 회장은 “아무리 기계화가 됐다고 해도 농사일에는 여전히 사람 손이 많이 간다”며 “시장에 내놓을 때 시세라도 좋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직거래·배즙 가공 등 활로 모색
당진에서는 주로 신고배가 생산되고 있다. 조생종인 원황은 추석을 앞두고 수확이 가능하지만 저장성이 떨어진다. 또한 일부 농가에서는 화산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당진의 해나루배는 황토에서 해풍을 맞고 자라 맛과 색, 모양이 뛰어나기로 유명해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농민들은 주로 경매시장과 농협을 통해 출하하지만 직거래 판매도 많다. 한 번 맛을 본 사람들이 입소문을 내고, 매년 꾸준한 단골이 됐다. 배 생과는 물론, 가공해서 판매하기도 한다. 배즙만 짜는 경우도 있고, 배와 도라지, 대추 등 기관지와 감기에 좋은 식품을 함께 달여 만들어 판매한다.
한편 배는 연육작용이 뛰어나, 고기를 재울 때 배를 갈아 사용하면 질긴 고기를 연하게 만든다. 또한 고기를 먹고 체했을 때도 소화를 돕는다. 뿐만 아니라 폐를 보호하고 기침 억제하며 몸에 열을 내리고 해독작용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배에는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해 숙취 해소에도 도움이 되며, 항산화작용과 항암작용에도 효과가 있다.
■임원 명단: △회장: 박희석 △부회장 겸 총무: 이영섭 △감사: 김부호
■문의: 010-8800-5269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됩니다.
[미니인터뷰] 박희석 회장
“이번 추석엔 해나루배를”
배 연구회가 시작될 무렵부터 함께했다는 박희석 회장은 농사일이 쉽지 않다지만 배 농사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잘 정돈된 배 밭에는 최근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실시하면서 여러 줄의 와이어를 나뭇가지에 촘촘하게 잡아맸다. “여름 끝자락에서 태풍만 없다면 이제 수확까지 큰 걱정은 없습니다. 무사히 잘 지나길 바라죠. 추석을 앞두고 오는 20일 전후로 조생종 배가 출하될 예정이에요. 이번 명절엔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안전하고 맛 좋은 배를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연구회원들 모두 친환경적으로 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싱싱하고 맛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