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해고를 당한 것은 육십 평생 처음 있는 일이다. 그야말로 ‘멘붕(멘탈붕괴)’이 왔다. 나이 들어 그만두라는 것도 서러운데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내몰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평상시 나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던 사장이 불렀다. 난데없이 하는 말인즉, 필자는 이런 거친 현장에서 일할 사람이 아니라며 편하고 깨끗한 데로 가라고 한다. 한마디로 그만 두란 애기다. 이유를 물으니 일거리가 갑자기 줄어들어 일용직을 불러서 쓰고, 동생도 있으니, 비용을 아껴야 한다는 것이다. 집에 와 가만히 생각하니 울화가 치민다. 아무리 사업주라 해도 필요할 때는 채용하고, 필요 없다고 곧바로 해고하면 서러워서 어디 월급쟁이 노릇을 할 수 있겠는가.
이곳은 특수한 철을 생산하는 규모 있는 회사다. 그 중에 본사가 관리하기 어려운 부분은 따로 분리해서 작은 업체에게 하청을 줘서 모든 생산과정을 이루는 곳이다. 말하자면 본사와는 별도로 분리된 작은 협력업체인 셈이다. 그 중 내가 맡은 일은 철광원석을 태울 때 나오는 미세한 먼지인 일종의 화산재 같은 것을 받아 내는 일이다. 주변에서는 다들 걱정하지만 일하는 즐거움을 놓고 싶지 않아 최선을 다했다.
그래도 힘든 것은 집진기에 분진을 저장하는 거대한 깔때기를 오함마로 두드리는 일이다. 만약 두드리지 않으면 깔때기가 막혀 일이 커지기 때문이다. 해머의 무게가 2kg 정도 되는데 머리 위쪽으로 올려쳐야 하니 밑이 빠질 정도다. 매일 그렇게 신문고를 치듯 두드려 댔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던가. 다만 쉬는 시간마다 핸드폰에 글 몇 자 적은 것뿐이다. 만약 잘못이 있다면 붙임성 없는 성격 때문인가. 가끔 사장에게 듣기 좋은 말도 해 주고 술자리도 함께했어야 했던가. 사회생활은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난 그게 잘 안 된다. 상전에게 잘 보이려면 키우는 강아지에게 병문안도 간다는데 말이다. 이 사태를 알게 된 지인이 계약 날짜 전에 해고를 하려면 한 달 전에 사전 예고를 해야 하는 노동법이 있단다. 사전에 예고도 없이 해고할 경우에 예고수당을 받을 수 있단다. 몇 시간 후 사장에게 찾아가 해고 예고수당을 줄 수 있냐고 물었다. 자기네는 줄 돈도 없거니와 그럴 수 없다고 답했다. 화가 나 한마디 하려했지만 꾹 참고 왔다.
그 다음날 사장이 문자로 12월 말 계약만료니 그때까지 일하라고 전해왔다. 사장은 한 푼도 주지 않을 심산으로 머리를 써서 해고를 철회했다는 근거를 남기려 한 것 같았다. 고용노동부에 부당 처사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려다 보니 막상 겁이 났다. 5인 또는 10인 이하 영세사업장은 노동조합 결성을 할 수도 없는 처지다. 그러다 보니 근로관계에 있어 서너 명의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약한 입장에 있다. 또 복잡한 법적 절차가 있지 않을까라는 심리적인 부담이 들었다.
포기할까 생각도 들었지만 함께 일한 다른 업체 근로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마디씩 했다. 우리나라가 이토록 경제 성장을 이룬 것은 땀 흘리며 일하는 근로자들의 노고가 아닌가. 그들의 땀과 노력의 대가로 선진국대열에 오를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그러기에 나라에서도 근로자들에게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법적으로 보호를 해주는 노동법이 있는 것이다. 당장 내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고용노동부에 사건을 접수했다.
국가 경제산업 최전선에서 정직하게 땀 흘리며 일하는 근로자가 없다면 더 이상 부강한 나라가 될 수가 없다. 이 땅에는 가정을 위해, 국가를 위해, 또는 더 좋은 자기 자신의 미래를 위해 힘든 일 마다않고 묵묵히 일하는 근로자들이 많다. 사업주의 부당한 처사로부터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