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

그에게 더는 줄 것도 내 놓을 것도 없습니다.

​소중한 것은 이미 다 주었고 이제 내게 남아있는 것은 위태롭게 살아 숨쉬는 심장만이 전부.

그마저도 나의 것이 아닌 그가 필요로 하면 언제든 내놓아야 하는 것.

​더는 줄 것도 물러설 자리도 없지만 그를 위해서라면 내게 남은 눈물 한자락마저 다 내놓아야합니다.

K형.

눈이 시리도록 푸른 날 하늘을 올려다보면 눈이 부시도록 보고픈 눈동자 하나 있습니다.

숙명처럼 짊어지고 살아야 할, 덜 기름지고, 덜 편안할지라도, 꼭 지키고 싶은 그런 사랑 하나가 저 하늘 끝에 걸려있습니다.

두렵기는 하지만 이제 그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K형.

일기장은 물론 낙서장, 그 어느 곳이든 온통 한 사람의 이름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한 뼘 빈 공간이라도 있으면 어김없이 그 사람의 영토로 줘버리고 나, 이렇게 사랑에

눈이 멀어가고 있습니다.

K형.

외로운 궁수처럼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그에게로 활시위를 당깁니다.

활시위는 그를 향한 나의 뜨거운 마음.

​언젠가는 그의 가슴에 박혀 붉디붉은 꽃을 피워낼 것입니다.

​삶을 마감하는 그날까지 단 하나의 화살도 남김없이 모조리 그에게 날려 버리고 나, 매일 이렇게 사랑이란 이름으로 죽어갑니다.

K형.

​사랑은 애써 불러 모으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바람처럼 깃 드는 것인가봅니다.

그 어느 날 깃들 나의 바람을 위해 나 오늘도 투정하지 말아야 합니다.

순결은 어느 날 그 순결을 바칠 그 단 하나의 존재 때문에 고귀한 것.

나 보채거나 앞지르지 말고 언젠가 내 앞에 우뚝 설 그를 묵묵히 기다려야합니다.

K형.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요.

살아 있음으로써 사랑한다고들 하는데 이렇게 진한 아픔에 가슴이 메이는 까닭은 왜일까요.

아무리 멀리 있어도 이렇게 사무쳐 오는 내력은 무엇인가요.

>>최정재 시인·소설가는

고대면 장항리 출신으로

고산초·당진중·호서고를 졸업했다.

현재 을지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출간작품으로는 소설 <겨울 코스모스>, <겨울연가>를 비롯해

시집 <천마리 학을 접는 간절한 소망으로 부르는 그대이름>외 <발상연가>시리즈, <미안해요, 당신 사랑해서>, <고마워요, 날 사랑해줘서>등 약 40여 권의 책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