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한켤레의 토지’에 선 경이로운 나무여

- 신영복 교수

나무야 나무야

별 한개를 쳐다볼 때마다

100원씩 내라던 당신의 말이 생각납니다

서울에서는 그보다 못한 것을

그보다 비싼 값을 치르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당신이 가르쳐 준 태백산맥 속의 소광리 소나무숲에서 이 엽서를 띄웁니다. 아침 햇살에 빛나는 소나무숲에 들어서니 당신이 사람보다 나무를 더 사랑하는 까닭을 알 것 같습니다.

바쁘게 뛰어다니는 우리들과는 달리 오직 ‘신발 한켤레의 토지’에 서서 이처럼 우람할 수 있다는 것이 충격이고 경이였습니다.

어젯밤 별 한개를 쳐다볼 때마다 100원씩을 내라던 당신의 말이 생각납니다. 오늘은 소나무 한그루 만져 볼 때마다 돈을 내야겠지요. 사실 서울에서는 그보다 못한 것을 그보다 비싼 값을 치르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산판일을 하는 사람들은 큰 나무를 베어낸 그루터기에 올라서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돼 있다고 합니다. 잘린 부분에서 올라오는 나무의 노기가 사람을 해치기 때문입니다. 어찌 노하는 것이 소나무 뿐이겠습니까. 온 산천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합니다.

당신 말처럼 소나무는 우리의 삶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우리와 함께 풍상을 겪어온 혈육같은 나무입니다. 사람이 태어나면 금줄에 솔가지를 꽂아 부정을 물리고 사람이 죽으면 소나무 관 속에 누워 솔밭에 묻히는 것이 우리의 일생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무덤 속의 한을 달래주는 것이 바로 은은한 솔바람입니다.

나는 문득 당신이 진정 사랑하는 것이 소나무가 아니라 소나무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마른 땅을 지키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문 中에서)

신영복 씀 / 돌베개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