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회로 가는길1-유보된 권리회복과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지체장애자및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국가는 사회보장,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헌법 제 2장 제 34조
1항, 2항, 3항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것은 불과 최근 몇년사이의 일이다.
그동안에도 개인적으로 온정의 손길이 계속되긴 했지만
지난 수십년간 우리사회를 지배해온 ‘선성장 후분배'의 논리는
물질적인 향상이외의 어떤 인간적인 요구나 권리도
유보하도록 만들어 왔다.
지금의 물질적인 풍요는 지난 시절 이 사회의 성장을 위해
땀흘려온 모든 사람에게 되돌려져야 할 몫이다.
장애인이라고 그 우선순위에서 밀려나선 안된다. 그리고 지금은
제각기 자기분야에서 유보된 권리를 회복시키고,
더불어 함께 사는 인간사회를 향해 다같이 걸어가야 할 때이다.
91년 6월
당진장애인협회 창립
우리나라의 장애인 수는 정부추산으로는 95만 6천명, UN추산으로는 4백만명이나 된다. 당진에만도 통산 1400여명의 장애인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장애인이나 그 가족들로 하여금 떳떳이 장애사실을 밝힐 수 없도록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다만 추산에 머물게 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 91년 6월, 당진에 장애인협회가 만들어져 이제야 서서히 사회참여의 발걸음을 시작하고 있다.
당진 장애인협회의 정식 명칭은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자협의회 충남지부 당진군지회줁이다. 한국지체장애자협회는 지난 87년 7월에 법인 허가를 받았다. 그뒤 1990년 12월 당진군 초대 지회장으로 김기두(40세, 당진VIP양복점)씨가 임명되어 분회조직을 시작, 91년 6월 12일에 정식 창립되었다.
등록장애인 854명,
다수 미등록
올해 7월까지 당진군 장애자협회에 등록된 장애인은 모두 854명이다. 이들중 지체장애가 467명으로 가장 많고, 청각.언어장애 153명, 정신지체 144명, 시각장애 90명 등이다.
아직도 500여명의 장애인이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이다.
초대 지회장을 지낸 김기두씨는 장애인에 대한 심한 사회적 편견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말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이상한 눈으로 보는 사회적 편견이 다른 식구의 혼사를 위해서라도 몰래 장애사실을 숨기도록 하는게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누가 장애자인가
하지만 김기두씨는 사회적인 조건 뿐만이 아니라 장애사실을 숨기려는 가족들의 이러한 과보호 경향이 장애인을 더욱 더 정신적인 불구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본다.
“병신소리를 듣는 일은 본인만이 아니라 부모와 가족의 입장에서 더욱 괴로운 일입니다. 그러나 놀림감이 되는게 싫어서 집에만 숨어있게 되면 결국 장애는 더욱 깊어질 뿐입니다.”
김기두씨는 언젠가 등록하지 않은 장애인을 만나러 갔다가 그 가족과 호되게 다툰 적이 있었다. 한사코 장애사실을 공개할 수 없다고 우기는 가족들에게 나중에는 이렇게 울분을 터뜨렸다.
“불구가 죄악입니까? 바로 당신들이 정신 장애자들입니다.”라고
복지실현의 한 몫을 하고자
장애인에게도 국민의 권리를
장애는 극복해야 할 일
결국 장애를 극복하는 것은 장애인 자신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쉬운 일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가족과 사회의 올바른 도움이 필요하다. 떳떳이 바깥세상을 향해 나설 수 있는 용기와 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조성이 필요한 것이다.
김기두씨나 신임 지회장 안질순(40세, 삼오공예사)씨의 말을 들어보면 젊은 시절 방황했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이겨냈다.
“다리 저는 병신, 다리없는 병신을 병신이라는 데야 어쩌겠습니까? 다만 한치 앞을 못보고 남을 멸시하는 사람들의 비뚤어진 마음이 더 문제 아닙니까?”
모두가 잠재적인 장애인
장애인은 남이 아니다. 장애도 남의 일이 아니다. 최근 급증하는 교통사고 앞에서 우리들 중 누구도 잠재적인 장애인이 아닐 수 없다. 김기두씨는 병신이라고 자신을 심하게 놀리던 사람이 몇년뒤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 것을 보고 이점을 실감했다고 한다.
더구나 장애인 중 95%가 사고나 과실에 의해 후천적으로 불구가 되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장애인에 대해 편견을 가져야 할 어떤 이유도 찾아낼 수가 없다. 양쪽다리가 절단되어 장애 1급 진단을 받은 안지순 회장도 철도사고로 불구가 된 사람이다.
장애인에 사회적
관심 높아져
많은 장애인들이 예전에 비해 행정관청의 태도에 많이 좋아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정부차원의 지원이 다각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공공요금할인이나 일부세금면제등의 혜택이 주어지고, 재활사업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충남에도 장애인 종합복지관이 있어 다양한 재활사업을 하고 있다. 생활보호자를 대상으로 생계보조 수당도 지급되고 있다. 이 많은 변화는 장애인들이 사회에 나섬으로써 얻어진 결과이다.
턱이 있는
장애인용 전화박스
그러나 정작 사회생활에 나선 장애인들에게 사회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장애인을 위한 공중화장실, 공중전화시설은 아직도 희귀하다. 장애인용이라고 씌어 있는 공중전화박스에는 일반전화박스와 똑같이 높은 턱이 가로놓여 있다. 공중화장실이 없어 밖에 나가길 꺼린다던가, 밖에 나가면 하루종일 굶고 만다는 장애인의 얘기를 들어본 사람도 많진 않을 것이다.
최근 군청 민원실에 새로 만들어진 장애인 전용도로도 경사가 너무 급해 휠체어를 타고 혼자서는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이 안질순씨의 말이다.
5층이상의 아파트를 건설할 때에도 장애인전용 도로를 만들도록 법률이 개정되었지만 그런 시설은 당진에서 숫제 찾아볼 수 없다. 일부 장애인은 아파트 생활권에서 아주 벗어나 있는 셈인 것이다.
부족한 생활지원
당진군 등록장애인 중 200여명이 극빈자로서 정부의 생활지원을 받고 있다. 그중 100여명은 활동이 불가능한 중증 장애인이다.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된 이들에게 주어지는 생활지원은 쌀과 연료, 부식비등이다.
김기두씨는 그 양이 대개 15~20일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활동이 전혀 불가능한 장애인이 한달 생활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외 지난해부터 1년에 한두사람씩 협회의 추천을 받아 군청으로부터 500만원의 지원금이 나간다. 많은 장애인들 중 한사람을 추천하기가 곤란하기도 하지만 올해의 경우 해당은행인 농협에서 요구하는 서류가 복잡해 추천된 사람이 그만 중도포기하고 말았다고 안질순 회장이 말한다.
한편 60여명에 이르는 취업희망자도 일자리가 없어 고심하고 있다.
사회복지를
갈망하는 사람들
장애인 협회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권익을 찾는 일 말고도 사회복지, 사회정의를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싶어한다. 자신들이 바로 불합리하거나 미성숙한 사회제도의 피해자였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그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호방조제 입구에서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2톤가량의 쓰레기를 불편한 몸으로도 분리수거하는 모범을 보였고, 당진경찰서의 협조아래 장애예방을 위한 교통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비록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는 않을지라도 이 사회의 떳떳한 일원으로서 자신의 몫을 찾아가며 일하는 장애인에게서 우리는 오히려 성숙한 시민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사회 구성원으로
정당한 대우를
한 순간의 과실로 엄청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는 장애인에게, 또는 그것을 딛고 당당히 사회에서 제 몫을 다하는 장애인에게 이 사회가 해 줄 일은 그들을 더도, 덜도 말고 한 사람의 구성원으로 따뜻하고 정당하게 대우하는 것 뿐이다.
당진군 장애인 재활증진대회에 내걸어진 구호처럼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건설줁하기 위해 이들은 진심으로 이 사회의 복지와 정의구현을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