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
꽃잎이야기
김 동 임
충남 예산 출생
나루문학회 회원
당진안전광고사 운영
겨우내 내린 눈송이들이 한없이 낮아지고 더는 낮아질 수 없을 때 꼼지락 꼼지락 땅 껍질을 깨고 꽃을 피워올린다. 다른 색깔과 다른 이름과 또 다른 향기로.
이쯤엔 너나없이 꽃잔치에 초대를 받는 오늘도 그런날이었다. 새하얀 얼굴에 순수함과 귀여움을 함박 머금은 벗꽃이 부르면 금방이라도 깡총깡총 뛰어나올 듯한 나의 여고시절을 만나본다.
나는 꽃을 참 좋아했다. 예쁜 꽃잎을 종류별로 한잎한잎 책갈피에 옮겨놓고 책으로 꾹 눌러 놓으면 20일 정도 되어 수분이 다 말라 색깔과 모양이 흩어지지 않은 그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 때 나는 편지를 썼다.
서론은 계절대로 꽃잎으로 시작해서 본론은 꽃잎을 담은 내 마음을 얘기하고 결론은 역시 꽃잎으로 장식하여 편지지를 봉할 때 우체부 아저씨는 꼭 나비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외출하고 돌아와 책장을 열고 묵은 책을 펼쳐 보았다. 그때 편지에 부치지 못하고 남은 꽃잎들이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도 고스란히 제자리에 남아 내가 아직도 편지쓰기를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쓰지 못하는 편지 대신 햇꽃잎들이 질 때 나는 20년전 꽃잎을 떨구는 늦깎이 나무가 되었다.
아이들이 밖에서 놀다 뛰어 들어오며 “엄마! 저쪽에 별이 떨어진 줄 알고 막 뛰어 갔더니 바로 이 꽃이었어. 이 꽃이 별꽃 맞아?”하는 것이다. 그 꽃은 수선화였다. 나는 웃으면서 생각했다. 나처럼 이 꽃잎을 아이들 책갈피에 넣어 두었다가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를 쓰게 할까? 아니면 20년쯤 지난 뒤 늦깎이 꽃잎을 떨구는 나무가 되게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