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대시론

황규호 /상록문화제 집행위원장

남의 집 구렁이를 돌려주러 네번이나 간 사람

현대사회는 직업의 종류가 너무 다양해 나같은 사람은 직업의 종류를 알 수 없다. 전문적으로 직업을 분류하는 전문가조차 모두 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도 된다.

언젠가 신문에 직업의 종류를 분류해 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종류가 수천가지에 이르고 옛날에 있던 직업이 없어진 것도 꽤나 많아 깜짝 놀랐던 일이 있다.

TV나 컴퓨터를 켜면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현지와 똑같은 시간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문명이 발달한 사회이고 보면 놀라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답지 못하고 사람사는 세상이 사람이 못사는 세상으로 변하는 과정이 아닌가 하여 온몸에 소름이 돋기도 한다.

불과 10여전만 하여도 손으로 쓰고 주판으로 계산하면서 살았는데 지금은 손으로 쓰고 주판으로 계산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신기하게 보이는 세상으로 바뀌었으니 내가 문명의 이기를 잘 이해하는 것인지 아니면 문명이 너무 발달해 그것에 취해 몽롱한 정신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하다.

이렇게 불안하게 사는 내가 달포전 어느 부락에서 출향인사들이 성금을 모아 고향 어른들을 위한 경로잔치를 해드리는 곳에서 노인회장님의 고마운 인사를 하시는 말씀 중에 너무 감동적인 부분이 있어 이를 전하고자 한다.

약 150년전 한분이 먹고 살기가 어려워 4㎞ 정도 떨어진 곳에 사시는 친지에게 광리 쌀을 얻어 쌀 한섬을 지고 집으로 가던 중 힘들어 산마루에서 지게를 바치고 쉬다 쌀섬을 보니 큰 구렁이 한마리가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장리 쌀을 얻으러 간 놈이 쌀 한섬 얻었으면 되었지 남의 집 업(業)까지 지고 온 것을 알게 되어 다시 그 쌀섬을 지고 온 길을 되돌아가 그 쌀섬을 풀어놓고 다른 쌀을 지고 왔다. 그러다 어려워져 다시 쉬게 되었는데 또 그 큰 구렁이가 쌀섬 위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쌀섬을 지고 다시 돌아갔다 지고 오는 일을 네번이나 반복하니 못먹고 살던 시대에 얼마나 사람이 지쳤겠는가.

다섯번째는 주인에게 찾아가 자초지종을 말씀드리니 주인이 하시는 말씀이 네번씩이나 반복해도 그 구렁이가 계속 따라가는 것을 보면 내 복은 다하고 자네가 이제부터 운이 트이게 되나 보니 이번에도 구렁이가 쌀섬 위에 있으면 돌아오지 말고 지고 갈 것을 설득해 장리 쌀과 업인 구렁이까지 지고 집으로 오게 되었다.

그런데 그해 가뭄이 너무 심해 논에 모내기를 한 곳이 셀 정도이고 또 너무 늦게 비가 내려 도저히 모를 심을 수 없었단다. 그런데 장리 쌀을 얻으러 갔던 분은 땅주인들에게 양해를 얻어 다른 사람들이 포기한 논에 모내기를 하고 관리를 열심히 하였더니 그해 가을 날씨가 늦게까지 따뜻해 예상하지 않게 대풍년으로 큰 수확을 거두어 당년부터 여유가 많은 생활을 하게 되었고 매년 부를 축적해 인근 친지 및 이웃에게 덕을 베풀며 살았다는 말씀이었다.

노인회장님께서 옛날에 있었던 실화를 말씀하신 의미가 심오하시다.

그 분이 부자된 과정을 설명하신 것은 절대 아니고, 요즈음 젊건 늙건 모두 눈앞에 이 일이 있다면 양심을 버리고 이웃과 친지를 언제 보았느냐는 듯 외면하는 도덕 불감증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을 꾸짖어 하신 말씀일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요즘 지게도 없어지고 자동차로 다니지만 과연 그런 업이 따라 온다면 주인에게 다시 되돌려주기 위해 자동차를 돌릴 사람이 몇명이나 있겠는가? 나 또한 그런 경우에 처한다면 되돌아가는 용기있는 행동을 하였겠는가 하고 자문과 반성을 해보는 동기를 만들어 주셨다.

올바른 마음으로 바르게 산다면 모든 일이 순리대로 잘되어 본인은 물론 후손까지 영광을 누리지 않을까 생각하며 의미를 더 한번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