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돈 구
당진신협 상무
본지 편집위원
남쪽에서 산수유 향기로 시작된 봄바람은 어느덧, 우리 지역에도 살랑이는 목련꽃 꽃바람으로 다가왔다. 새봄의 싱그러움이 가득한 이 아름다운 계절을 영국의 시인 엘리어트는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읊었다. 아마도 초대받지 않은 꽃샘추위가 이맘때면 고개를 자주 내밀고 황사로 피해를 입는 황무지의 고통을 표현했으리라 짐작된다. 주식시장은 7개월 연속 상승이란 미증유의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침체되었던 지역경제도 점차 회복되고 있고 실물 경기지표 및 통화량도 꾸준히 늘고있는 등 표면적 경기상황은 지난 겨울보다는 분명 좋아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잔인한 4월』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국가적으로는 폭발성 악재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법 테두리 외에는 어떠한 협상도 있을 수 없다는 정부의 단호하고 강경한 입장으로 한달여 기간을 넘기며 진행된 발전노조 파업은 민간기업과 교육계, 의료계까지 번져 전국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파국직전에서 극적으로 타결되었지만 잠재된 노·사·정 갈등은 발전노조 파업 못지않게 심상치 않다.
아마도 지방자치 선거와 여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각계 각층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정치 일정이 빨리 시작된 데다 외환위기 이후 그동안 억제되어온 노동계의 불만이 최근의 경기회복 추세에 따라 한꺼번에 분출했다고 생각한다.
파업의 장기화로 발전소 송전중단 등 최악의 상황이 우려됐던 이번 파업은 공공성을 띤 전력산업의 경영주체를 누가 맡아야 하는지를 둘러싼 투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2000년 12월 여야합의로 전력구조 개편안이 통과된 만큼 합의는 이미 끝난 얘기이므로 노조측의 집단이기주의라고 주장하지만, 노조의 입장은 공기업 개혁에 대하여 충분한 사전논의없이 정부가 정한 일정에 맞추어 밀어 붙였다고 반박한다. 전력산업 개편이 시작돼 이미 5개의 자회사로 분할된 만큼 이를 인정하되 당장 민간에 매각하지 말고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거치자는 요구였다.
결국, 이번 파업은 공공성을 띤 발전산업을 시장경쟁 원리에 내맡길 것인지 아니면 국가가 담당할 영역으로 계속 유지시킬 것인지를 둘러싼 갈등인 것이다. 발전소 매각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서는 무성한 예측만 난무하고 있다.
전력은 저장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부족하면 이를 대체할 다른 상품이 없다. 전력의 생산과 판매를 누구한테 맡길 것인지에 대한 차분한 논의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지역에도 동서발전이라는 발전회사가 있고 가족과 떨어져 외로운 투쟁을 계속 했었던 발전노조원이 우리와 함께 생활하던 우리 지역 주민들이었다는 점이다.
물론, 노조와 정부 양측의 이론적 주장에 대해서는 어느 한쪽의 주장도 일방적으로 설득력을 얻기에는 부족했다. 더욱이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전력을 사이에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있는 모습은 정말 불안했었다.
그러나 양측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생각하기에 앞서 파업의 깃발아래 목청껏 소리쳤던 260여명의 발전노조원들과 그 가족들에 대해서 우리 지역에 사는 주민의 입장에서 함께 고민하고 그들의 고민에 대해 진지하게 관심을 가졌었는지 되돌아볼 때라고 생각한다.
그러할 때 우리가 이 지역에서 그들과 같은 하늘아래 함께 숨쉬며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며 동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 기간산업의 민영화가 장밋빛 미래를 약속할지 아니면 재앙을 초래하는 길인지 진지하게 따져볼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지역의 모든 주민들이 이번 파업으로 상처받은 발전 노조원들과 그 가족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따뜻하고 유연한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