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성면 본리 가화포도축제는 매년 우리 고장 포도를 홍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 2월16일 한-칠레 FTA 국회 통과 후 시름에 빠진 농가와 포도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들이 줄을 잇고 있다.

4년 전에 다니던 직장을 퇴직하고 고향에 돌아와 포도농사를 시작한 순성면 본1리 고내현(40)씨.

요즘 고씨가 겪고 있는 고통은 무겁고 어둡다. 한-칠레 FTA 통과 후 앞으로 칠레산 농산물이 밀려들어 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영농을 포기하는 포도농가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포도농가의 약 20%가 포도농사를 포기했다”며 “이들 농가가 다른 과수 작목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특정작목에 몰리고 있어 연쇄적인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주위에서 시름에 가득찬 농가를 볼 때마다 절망적인 생각이 든다”며 “정부의 보잘것 없는 부풀리기식 보조대책에 대해 신뢰하는 농민은 단 한 명도 없다”고 주장했다. “실패한 농정을 포기하고 새로운 정책으로 전환해야지 반대로 농업과 농촌을 포기하는 것은 농업붕괴를 농민의 몫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포도농가는 5년 전부터 나쁜 기상 조건 때문에 품질이 떨어져 가격폭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거듭한 결과 생산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칠레산 포도의 수입은 국내 시장을 크게 교란시켰다. 포도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마저 통과돼 농민들은 설자리를 점점 잃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칠레산 포도 1월 수입량은 344t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칠레산 포도는 지금까지 45%의 관세율을 적용 받았으나 오는 4월부터 계절관세가 적용될 경우 관세율 인하에 따라 수입단가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고품질의 칠레 포도 수입으로 국내 가온시설 재배농가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고씨는 “군내 포도농가는 시설재배보다는 노지재배 농가가 많다고 하지만 그 피해는 곧 밀려올 것”이며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농산물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고품질 포도를 생산하고 가공품을 개발 중인 고씨는 “주위 가화포도작목반 사람들로부터 이상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올해 포도밭을 더 구입해 묘목을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또한 포도주를 민속주로 개발해 농림부에 허가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또한 16마리의 한우를 사육해 생기는 거름을 포도밭에 뿌려 좋은 품질의 포도를 생산, 칠레산 포도를 이겨보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고씨가 생각한 대로 밀려오는 외국농산물을 이겨내 살아 남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영농후계자 신청을 해서 채택되는 줄 알았는데 올해 1월 1일자로 영농후계자 연령을 40세에서 35세로 하향 조정해 정부보조를 받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고령화되는 농촌현실을 잘 알면서도 정책에 반영하지 못해 지금까지 잘 유지되던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정부의 농정이 보다 실효성 있고 농업과 농촌 그리고 국가를 살리기 위해서는 당장 오늘만 넘기는 미봉책만으로는 자멸하는 길을 갈 수 밖에 없다”고 고씨는 지적했다.

김윤태 기자 ytkim@dj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