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화, 현대서예 등 먹으로 표현하는 모든 것

상록묵향회는 지난해 말 왜목마을 해변가를 수놓았던 색색의 깃발에 적힌 멋들어지는 글씨를 쓴 이들의 모임이다. 13년 전 서실을 운영했던 김용남 지도교사를 중심으로 30여명의 회원들은 저녁마다 모여 붓을 든다.

당진읍사무소 부근 석상상회 2층에 자리한 서실로 들어서자 사람보다 묵향이 먼저 객을 반긴다. 저녁 7시, 상록묵향회의 서실에는 열 명 남짓 되는 회원들이 저마다 붓을 잡고 글씨를 쓰고 있었다.

“김용남 선생님이 많이 아프셔서 한동안 붓을 놓고 쉬셨어요. 헌데 몇 년 전에 제가 글씨를 배우고 싶은 마음에 김 선생님을 찾아가 다시 서실을 열자고 청했죠.”(홍락표 회장)

김용남 지도교사는 “가르치고 배운다기보다 제가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함께 공부를 한다고 하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며 “문인화, 현대서예 등 먹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다 한다”고 말했다.

상록묵향회는 초등학생부터 사업가, 직장인, 퇴직교사 등 다양한 지역민들이 함께 하고 있다. 홍락표 회장은 “어릴 적 집에서 마을 아이들이 모여 글방을 열고 글공부를 했던 기억이 있어서 붓글씨에 대해 늘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취미 삼아서 시작했는데 마음도 편안해지고 수양이 절로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록묵향회 회원들은 대부분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 모여 붓글씨를 연습한다. ‘주경야독’인 셈이다.

일 끝나고 바로 왔다는 최태종(송산, 45) 씨는 “생선 싼 신문에서는 비린내가 나고 꽃을 싼 신문에서는 향기가 나는 법”이라며 “글을 가까이 한다는 것 자체가 무척 좋다”고 말했다.

당진읍에서 30분은 넘게 걸리는 송악 이주단지에 살면서도 매주 붓글씨를 쓰러 온다는 진락권(62) 씨는 “붓글씨는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어서 좋다”며 “지난 연말에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라고 직접 연하장을 써서 회사 직원들에게 보냈는데 인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진 씨는 “더 나이들면 사위에게 가훈 한 장 써주고 용돈벌이도 할 수 있으니 노후대책도 되는 셈”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이사형(당진 한성아파트, 63) 씨는 “정년 퇴임하고 욕심과 집착을 버리자는 마음으로 등산도 많이 했는데 붓 글씨만큼 좋은 건 없는 것 같다”며 “글을 쓰다 보니 시간도 잘가고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상록묵향회에 함께 하고픈 지역주민은 356-2310로 문의하면 된다.

■회원 명단

▲지도교사 김용남 ▲회장 홍락표 ▲부회장 김명회 ▲총무 최태종 ▲감사 이사형 ▲회원 김낙순, 한상현, 이송원, 이상옥, 이원자, 김민희, 박은주, 성열이, 홍성보, 진락권, 이정열, 방기옥, 강일구, 송권성, 김인환, 이영숙, 이순자, 김향자, 이은창, 임정숙, 이정필, 조성숙, 정성호, 정서연, 김수현, 윤용훈, 조정례, 엄기철, 소병석, 조규환, 김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