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최인호의 장편소설 <유림(儒林)>을 두번째 읽고 있다. 소설이라기보다는 지금처럼 혼탁한 시대의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게 고하는 위대한 선조들의 경세지략을 통한 작가의 충정어린 절규라고 나는 생각한다. 책의 제목으로 보아 고리타분하고 쾌쾌 묵은 유학(儒學)에 관한 소설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읽어보면 누구를 막론하고 우리 선조들의 불의에 굽히지 않는 훌륭한 언행에 폐부를 찔리고 몇 번이고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을 만큼  깊은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인본(人本)이 결여된 오늘날 교육에 대하여, 원칙과 도덕이 없는 정치와 경제에 대하여, 지조 없는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하여, 정신과 얼이 없는 문화 예술과 풍류에 대하여, 희생 없고 위선적인 종교에 대하여 우리들에게 시퍼런 비수를 들이댄 것이다. 우리의 생명을 걷어 가겠다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통하여 부정부패가 없었던 시절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부패가 보다 극심할 때 국민은 가장 살기 어려웠고 민중의 봉기가 도처에서 발생하였으며 결국은 나라가  패망하지 아니 하였던가? 지금은 어떠한가? 양심 있는 지식인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청렴한 공직자는 빛을 보지 못하고 있지 아니한가? 비양심인이 득세하고, 아첨하는 자만이 살아남는 것이 오늘날 현실이지 않은가? 과거정권이 답습했듯이 이명박 정부도 끝나면 권력형 비리가 틀림없이 또 터쳐 나올 것이다. 또 우리는 임기가 끝난 전임 대통령을 온론들이 몰매로 두들겨 패야하고 죽이거나 감옥에 보내야한다. 이것이 단순히 대통령의 잘못인가? 그것은 우리의 잘못이다. 부정과 비리와 패륜을 저지른 자에게 어느 누가 돌을 던진 수 있단 말인가?

로마 중흥의 초석을 다진  줄리어스 시저는 장군이며 정치가이며 역사학자며 문필가였다. 그는 진정한 로마를 후대에게 물려주기 위하여 자신의 아들을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하급 장교를 선택하게 한다. 또한 개혁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자기 심복마저도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조용하고, 은밀하게 장기적으로 추진하였다. 그 결과 그의 사후에까지 그가 씨 뿌린 초석이  열매를 맺게 되어 드디어 로마는 세계를 지배하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초일류국가로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먹고 살기에 급급한 나머지 올곧은 정신과 문화를 돌아보지 못하고 방치하여왔다. 이제 우리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관조하여 이를 토대로 소홀하거나 방치하였던 정신과 문화를 되찾아  미래사회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과 패러다임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나라의 대표이며 상징인 대통령을 임기가 끝날 때마다 감옥에 보내는 수치스런 역사적 과오를 계속하여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개혁은 위로부터 소리 소문 없이 작은 일에서부터 사심이 없이 실천될 때 그 파급이 아래에 미치게 되고 그리하여 사회 전반이 정화될 것이다. 그 때가서 우리는 대통령을 비롯한 사회 지도급 인사가 퇴임 후 행복한 여생을 보내는 것을 보게 될 것이며 또한 이 때가 되면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선진국 팍스 코리아를(Pax Korea)이룩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