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은행 퇴출, 왜 반성의 목소리는 없는가?

충청은행이 30년만에 문을 닫았다. 2천년이 돼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금융감독원의 평가가 덧붙여졌다. 그리고 충청은행 업무 정지 11일만인 지난 9일 직원들이 업무복귀를 선언, 업무가 빠르게 재개되고 있다.

지금의 경제위기가 금융기관의 부실로부터 시작됐다는 점에서 금융기관에 대한 강도높은 구조조정의 당위성을 부인할 수 없으나 한편으로 중부리스, 한길종금 등 대형 지역금융기관들이 한꺼번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며 지역경제가 초토화 된 것에 대한 염려가 앞서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충청은행 대출이 대주주에게 편중되어 서민들에게는 너무도 높은 벽을 쌓아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 8일 하나은행장이 “충청은행이 그동안 기업여신에 비해 개인여신이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한 대목도 이같은 충청은행의 약점에 기인한다.

실제로 충청은행의 부실여신은 97년말 2천3백99억원으로 총여신의 7.07%에 이른다. 이중 상당액이 기아그룹과 해태그룹, 예산에 본사를 둔 대산건설, 대전 서우주택건설, 한보철강 등에서 발생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경제논리에 따라 정상적으로 운영해 오지 않은 책임을 전·현직 경영진에게 물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심대평 충남지사와 홍선기 대전시장은 퇴출되는 줄도 모르고 충청은행 주식과 예금통장 갖기운동을 벌였냐는 한탄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충청은행을 이렇게 만든, 즉 지역경제를 망친 사람들의 자성과 반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다. 들리는 소리가 있다면 경제논리를 지역감정으로 호도하는 목소리들이다. “그렇게 표를 몰아줬는데 충청은행 하나 못지켰냐”는 시민들의 분통을 방만하게 은행을 운영하다 지역경제를 망친 사람들에 대한 화살로 인식하지 않고 오히려 “이번 결정은 금융논리에 충실한 것이라 정치논리가 개입될 틈이 없었다”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정치논리가 먹혀들 틈만 있었다면 반드시 충청은행을 구해냈을 것이라는 정치논리 우위를 시인하고 있는 셈이다.

충청은행의 3대 주주의 한사람인 계룡건설 명예회장 이인구씨는 새로운 지역은행의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고 나섰다. 하나은행이 하는 양태를 좀더 지켜보아야 알 일이지만 이러한 새로운 지역은행 설립이 잘 안되길 바라는 지역민은 없을 터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새 은행을 하나 만들면 되는 일이었다면 왜 그렇게 충청은행 지키기에 몸부림 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민련과 충청은행 경영진과 충청은행 대주주가 우선해야 할 일은 부실운영으로 은행을 문닫게 한, 그래서 결과적으로 지역경제를 위기에 처하게 한 책임에 대해 백배사죄하는 목소리를 내는 일이다. 열심히 일만 해온 충청은행 말단직원들을 부실운영으로 내몰리게 한 과실에 대해 진심어린 반성의 목소리를 내는 일이다.

새 은행을 만들겠다는 목소리가, 대책을 논의한다는 충청은행 경영진과 지역정치권의 목소리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일회성 발언으로 들리는 이유는 바로 반성이 섞여있지 않기 때문이다.

충청은행 부실의 원인을 솔직하게 시인하고 그 관련 책임자들이 반성하지 않는 한 수천억을 들여 새로이 지방은행을 만든들 지역민에게 부담만 가중시키고 또다시 퇴출당할 것이 뻔하다고 한다면 지나치다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