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06.29 · 환경·안전 · 당진시대
심훈문학상 당선작 연재
하지만 그 씁씁한 기분도 잠시였다. 골목을 거의 다 내려와 해풍장으로 들어가려는데, 307호의 턱수염이 말했다. “알고 계시나요? 사람이 죽었다는군요. 그래서 거기 가 보려는 참인데.” “사람이 죽어요?” 생각지도 않았던 뜻밖의 말이었다. 그러고 보니…
당진시대 기사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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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건 · '심훈문학상 당선작' · 1998년 · 최근 기사부터1 / 1쪽
1998.06.29 · 환경·안전 · 당진시대
하지만 그 씁씁한 기분도 잠시였다. 골목을 거의 다 내려와 해풍장으로 들어가려는데, 307호의 턱수염이 말했다. “알고 계시나요? 사람이 죽었다는군요. 그래서 거기 가 보려는 참인데.” “사람이 죽어요?” 생각지도 않았던 뜻밖의 말이었다. 그러고 보니…
1998.06.08 · 지역사회 · 당진시대
우리는 아차, 싶었다. 그만 실수를 해버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서 주근깨가 서 있던 자리로 눈길이 갔다. 거기에는 깨어진 유리조각들이 하얗게 널려 있었다. 어젯밤 늦게 우리는 자주 드나드는 수퍼의 간이탁자 앞에 앉아서 빨간셔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1998.05.25 · 환경·안전 · 당진시대
다음날, 그러니까 여덟째날 아침은 무엇인가 우리를 안도하게 했고 다소 들뜨게 만들었다. 적어도 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아니, 그 사건과 우리가 들떠 있는 것과는 별개의 일로, 비록 섬 전체가 그 사건으로 술렁이고 우리도 얼마쯤 그에 휩쓸려…
1998.05.11 · 환경·안전 · 당진시대
초등분교를 빠져나와 해수욕장 쪽으로 넘어가는데 301호에 묵고 있는 반백의 남자와 앳되어 보이는 여자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돈 좀 있어 보이고 뱃살이 오른 그 반백은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말없이 묵묵한 표정이었고 앳되어 보이는 여자는 한 두 걸음 …
1998.05.04 · 문화·교육 · 당진시대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저 위쪽에서 한 남자가 터덜터덜 걸어내려왔다. 주근깨의 남편이었다. 왜소한 체구에 거무퇴퇴하고 지저분해 보이는, 그래서 첫눈에 봐도 게으름이 덕지덕지한 그는 담배를 피워문 채 주근깨가 뒷정리하는 것을 멀건히 지켜보고 있다가 나중…
1998.04.27 · 지역사회 · 당진시대
“아무도 나와 있지 않은데 혼자서 어떻게...” 주근깨가 장어를 굽고 있다가 셀쭉하니 웃었다. 한쪽 파라솔 밑에서는 세명의 남자가 둘러앉아 주근깨가 구워내는 장어에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집에 있기도 뭣하고... 다른 사람이 나오지 않을 때 나와서 …
1998.03.30 · 지역사회 · 당진시대
“그렇다는군 어젯밤에 빨간셔츠가 잠깐 바람 좀 쐬고 오겠다고 나갔는데 여지껏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거야. 그렇다면 뭐겠어. 사고가 났다는 얘기 밖에 더 돼. 이 손바닥만한 섬에서, 어디로 가든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인데 어젯밤에 나간 사람이 여지껏 들…
1998.03.23 · 환경·안전 · 당진시대
하지만 이 마당에 그런 것들을 되짚어서 무슨 소용이겠으며 일찍 포기하고 마음이나 느긋하게 먹는 게 나을 것이지만, 그래도 역시 걸리는 것은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다만 오늘 내일이면 돌아갈 수 있다고 믿으며, 그리하여 아직도 불란서에 …
1998.03.16 · 인물·동정 · 당진시대
“글쎄 말입니다. 하는 수 없지요 뭐. 오늘 나가지 못한다면 포기할 수 밖에.” “모레 저녁 김포공항에서 여덟시 비행기라고 했나요.” “여덟시 반요.” “여섯시나 일곱시까지만 김포공항에 도착할 수 있어도 어떻게 해 볼 수가 있을텐데... 그 렇지만 일…
1998.03.09 · 환경·안전 · 당진시대
4. 일곱째와 여덟째날 아침부터 해풍장 여관이 술렁거렸다. 302호의 빨간셔츠가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비가 내리 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302호 아줌마들이 아침부터 여관마당에 나와 자기네들끼리 두런거리 며 뭔가를 걱정하는 빛이 역력해서 무슨 일인가 했었…
1998.03.02 · 산업·경제 · 당진시대
“경마팬 여러분. 오랜 시간 기다리셨을 줄로 압니다만, 저는 지금 홍도에 와 있습니다. 지 금 홍도는 장마권에 들어 있어, 현재 잠시 비가 그친 상태이긴 합니다만 바람이 심하고 파 도가 높습니다. 다시 말해 배가 뜨지 않아서, 해운항만청 관계자들로서도…
1998.02.16 · 산업·경제 · 당진시대
남편한테는 친척집에 간다고 하고서 몰래 왔는데 큰일 났다는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알면 남편이 작대기로 후려칠 게 뻔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놀기는 가장 걸판지게 놀았다. 어디를 우르르 몰려다녀도 맨 앞장을 서는 것이 빨간셔츠였다. 어젯밤에도 그러했다…
1998.01.26 · 지역사회 · 당진시대
물론 하루에 한 두차례씩 방파제 끝에 나와 제를 올리곤 하지만 그 때 뿐이고 짐을 챙겨 총총히 사라지면 그만이었다. 어느 길에서도 어느 음식점에서도 남장을 볼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아무도 남장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보이지 않고 마주치지 않으니 관…
1998.01.19 · 지역사회 · 당진시대
대개는 그런 식이었다. 그리고 그건 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생각나는 모든 것들을 성기(性器)에 비유하고 그에 관련시켜 이야기를 하면 얼마든지 즐겁고 유쾌했다. 눈물을 찔끔거리며, 오줌을 찔끔거리며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해…
1998.01.12 · 지역사회 · 당진시대
중/편/소/설 「폭풍주의보」(10) 글 김하린 그림 최평곤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갇혀 있었다. 갇혀 있다 보니 답답하고 진력이 났다. 그리고, 보다도 갇혀 있다는 생각 자체가 우리를 못견디게 만들었다. 답답하고 견디기 힘들어 자주 밖으로 나가 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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